“생각은 널리 퍼뜨릴수록 가치를 갖게 됩니다.” 미국의 비영리재단인 새플링재단이 운영하는 ‘TED콘퍼런스’의 이념이다. TED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부터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 100달러짜리 노트북컴퓨터를 개발도상국에 보급하고 있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소장 등 쟁쟁한 명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그리고 이들의 강연을 세계에 무료로 공개한다. 유튜브와 애플의 아이팟 등 인터넷에 연결된 서비스를 통해서다.
한국에서도 ‘지식을 나누고 사람들에게 전파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11월 28일 ‘TEDx’라는 콘퍼런스를 열기로 했다. 이미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런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급 지식과 다양한 삶의 경험을 인터넷이 가진 수평적 네트워크의 특성을 살려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자는 취지다.
대학들의 지식나누기 활동도 활발하다. 2002년 MIT가 교수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무료 공개한 이래 예일대와 카네기멜런대 등 미국 250여 개 대학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지식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에서도 숙명여대가 내년 3월부터 비슷한 형태로 강의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개인 차원으로도 번져 나간다. 그레그 맨큐 하버드대 교수나 스티븐 레빗 시카고대 교수와 같은 경제학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이런 ‘지식 나눔’을 일상적으로 벌인다. 자신의 블로그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의견을 대중에게 묻기도 하고,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기도 하는 식이다.
굳이 유명한 지식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공들여 작성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논문, 보고서 등을 무료로 나누거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슬라이드 셰어’나 ‘스크리브드(Scribd)’와 같은 서비스도 인기다. 슬라이드셰어는 파워포인트 프로그램 등으로 제작한 발표 자료와 보고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다. 매월 평균 1700만 명이 이 사이트를 찾는다고 한다. 스크리브드는 규모가 더 크다. 90여 개 언어로 1000만 건 이상의 책과 잡지, 보고서 등이 출판됐으며 매월 평균 4000만 명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 무료 문서 서비스도 있지만 자료를 살 수도 있다. 작가도 일정한 수수료를 내면 자신의 글을 스크리브드를 통해 출판하고 판매할 수 있다. 작가와 독자를 바로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직거래 출판 장터가 열린 셈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