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발레단이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발레 ‘에스메랄다’. 중세 파리를 배경으로 집시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음모와 사랑을 그렸다. 사진 제공 국립극장
러 국립 크렘린 발레단 8일부터 ‘에스메랄다’ 공연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로 알려진 비운의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발레 무대에서 만난다. 러시아 국립 크렘린 발레단이 8∼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에스메랄다’의 첫 내한공연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국내 뮤지컬 무대에 여러 차례 소개됐지만 해외 발레단의 ‘에스메랄다’는 처음이다. 1987년 국립발레단이 창단 25주년을 기념해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은 크렘린 발레단의 안드레이 페트로프 예술감독이 2006년 러시아에서 첫선을 보인 새 버전을 사용했다.
22년 전 국립발레단 공연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았던 김순정 성신여대 교수는 “이 작품은 프랑스 원작이지만 이해하기 쉽고 러시아의 정서에 잘 맞아 림스키코르사코프 발레단, 스타니슬랍스키 발레단 등 러시아 발레단의 단골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며 “기교보다 극 흐름과 인물의 감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부담 없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의 배경은 15세기 프랑스 파리다. 1막에서는 낙천적이며 매력적인 집시 에스메랄다를 둘러싸고 성당 대주교 프롤로, 시인 그랭구아르와 왕실근위병 푀뷔스의 고뇌와 갈등이 펼쳐진다. 2막은 프롤로의 음모로 푀뷔스를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사형당하는 에스메랄다의 비극과 성당 종지기 카지모도의 사랑을 그린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1막에 등장하는 에스메랄다의 집시 춤. 푀뷔스와 플뢰르드리스의 약혼식에 초대받은 에스메랄다의 자유분방하며 열정적인 집시 춤이 공작부인 플뢰르드리스의 우아하고 귀족적인 춤과 대비를 이룬다. 악테온과 디아나의 2인무도 볼거리다. 작품 초반 부활절 축제에 참석한 광대 두 명이 로마신화에 나오는 여신 디아나와 귀공자 악테온으로 분장하고 추는 춤이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고난도 기교로 갈라 공연에서 주목받는 2인무다. 몸을 찌그러뜨린 채 동작을 이어가는 꼽추 카지모도의 춤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스메랄다 역은 크리스티나 크레토바가 맡았으며 푀뷔스와 그의 연인 플뢰르드리스에 각각 러시아 공훈배우인 아이다르 샤이둘린과 올가 줍코바가 출연한다. 알렉산드르 페투코프가 지휘하는 모스틀리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 4만∼20만 원. 02-2280-4114
염희진 기자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