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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에 웬 햄버거가게”

입력 | 2009-10-06 02:58:00


佛, 내달 맥도널드 입점에 시끌

‘맥도널드는 너무하잖아.’

미국식 상업주의를 상징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맥도널드’가 루브르박물관에 둥지를 튼다는 소식에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4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맥도널드는 프랑스 진출 30주년을 기념해 루브르박물관에 프랑스 내 1142번째 매장을 다음 달 중 개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박물관 측과 협의를 끝냈으며 ‘카루젤 뒤 루브르’로 알려진 박물관 지하접근로 공간이 맥도널드 측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공간은 새 매표소가 추가로 들어설 자리여서 앞으로 루브르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중 일부는 맥도널드를 상징하는 거대한 황금색 ‘M’자 간판부터 구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루브르박물관에는 전 세계에서 한 해 80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다.

우선 박물관 직원들부터 앞장서서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의 자존심인 루브르박물관 내에서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박물관 소속 예술사학자는 “이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조치”라며 “박물관 내에 불쾌한 (햄버거) 냄새가 진동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프랑스 서양문화사 전문사이트 ‘아트 트리뷴’ 관계자도 “입점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예술과 상업주의가 뒤섞이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프랑스인이나 외국인 모두 풍부하고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맥도널드 매장은 새롭게 조성되는 푸드코트의 미국 구획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문은 프랑스인들에게 맥도널드는 세계화를 퍼뜨리기 위한 트로이목마(트로이전쟁에서 상대를 속이기 위해 사용된 목마)쯤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급 요리와 예술을 자랑하는 나라인 프랑스에서 미국식 상업주의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루브르박물관에 들어설 때도 반대 운동이 거셌다. 결국 매장 내에 문화코너를 연다는 조건으로 절충이 이뤄져 문을 열 수 있었다. 박물관 직원은 “루브르박물관 내 스타벅스도 문제가 있지만 맥도널드는 더 나쁘다”라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