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종실 방치… 승객들 공포에 떨어
지상에서 9km 상공을 날던 인도 여객기에서 조종사와 승무원 사이에 난투극이 벌어져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고 영국 BBC방송 등이 5일 보도했다. 난투극은 인도 시간으로 3일 오전 4시 반경 파키스탄 영공을 비행하던 인도 국영 항공사인 ‘에어 인디아’ 소속 에어버스 A-320 항공기에서 벌어졌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를 출발해 인도 델리로 향하던 여객기에는 승객 106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24세 여승무원이 조종사들한테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여승무원이 두 조종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에는 “(조종사들이) 개인적 호감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종실로 부른 뒤 모욕을 주고 치근거렸다”고 적혀 있다는 것. ‘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여승무원이 모욕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자 승무원 1명을 포함해 남녀 승무원과 조종사들 사이에 난투극이 시작됐다. 조종실에서 벌어진 싸움은 승객들이 보는 앞에서 조리대로 옮겨가며 격화됐고 한동안 승객들에게 제공할 음식 그릇이 날아다니는 등 활극이 벌어졌다. 집단싸움이 계속되면서 조종실은 한동안 방치돼 있었고, 이 과정에서 한 조종사는 여객기를 파키스탄에 착륙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종사들은 여승무원이 자신들에게 불손하게 행동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며 맞고소를 했다. 에어 인디아 측은 조종사와 승무원 등 난투극에 가담한 직원들을 모두 정직시키겠다고 밝혔다.
에어 인디아는 최근 들어 우환이 겹치고 있다. 지난달 말엔 조종사 파업으로 여객기 155대가 닷새 동안 발이 묶여 큰 피해를 봤다. 또 파업 전날에는 영국 런던에서 막 이륙하려던 소속 여객기 안에서 쥐가 발견돼 무려 7시간이나 쥐잡기 소동을 벌여 세계적인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