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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컨테이너 ‘화학’관련 물품 적재”

입력 | 2009-10-06 02:58:00

북한 컨테이너 4개를 싣고 지난달 21일 오전 부산 신항에 들어왔다가 23일 출항한 ‘MSC 라첼레호’. 이 배는 한국의 현대중공업이 2005년 4월 건조한 컨테이너 운반선이다. EPA 연합뉴스


유명환 외교 “정밀조사 뒤 상세한 내용 공개”… 정부 당국자 “무기원료-제조설비는 아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끝난 뒤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국가정보원과 해양경찰청이 지난달 22일 부산 신항에서 북한과 관련된 컨테이너 4개를 압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본보 5일자 A1면 참조
北 컨테이너 4개 압수

유 장관은 “현재 세관 당국이 외국 선박에 적재된 컨테이너를 압수해 북한과의 관련성, 물품의 내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참석 의원들이 전했다. 그러나 유 장관은 “현재로서는 그 내용을 밝힐 수 없고 조사가 끝난 뒤 상세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국정원과 해경이 부산 신항을 출발해 거제도 해역까지 나간 배를 회항시켜 컨테이너를 압수했다”고 전했다. ‘MSC 라첼레(RACHELE)’라는 이름의 이 화물선(파나마 선적·9만 t급)은 지난달 19일 중국 톈진(天津) 항을 출발해 21일 오전 부산 신항에 입항했으며 22일 출항했다가 그날 밤 부산 신항에 재입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배는 23일 오전 부산 신항을 다시 출발했으며 현재는 싱가포르에 정박하고 있다.

한편 압수된 컨테이너에는 화학무기와 관련된 물품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5일 “운반 물품은 ‘호주그룹(Australia Group)’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그룹은 생화학무기의 생산 및 확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1984년 설립된 비공식 협의체로 한국 등 41개국이 가입해 있다.

그러나 이 당국자는 ‘운반 물품이 화학무기냐’는 물음에는 “아니다. 화학무기도 아니고 화학무기의 원료도 아니며 화학무기 제조 설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화학무기 등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방호복(防護服)이 실려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컨테이너 압수에 대해 5일까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AP통신은 5일 동아일보를 인용해 “한국 해경이 국정원의 요청에 따라 부산 신항에서 파나마 선적의 컨테이너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본보를 인용해 “이번 압수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엔 결의 1874호는 무기 프로그램 판매를 통한 북한 정권의 수입을 차단하는 금융제재와 함께 금지된 무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화물 검색을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호주그룹:

(AG·Australia Group)

1984년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사찰단이 이란-이라크전쟁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된 사실을 발견한 뒤 호주의 제안으로 생화학물질 수출통제에 관한 정책 및 조치들을 공동으로 협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비공식 협의체로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규제조치(감시 및 허가제도 등)는 각 회원국이 국가별로 취하도록 돼 있다. 우리나라는 1996년 10월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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