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주간 운임지수를 6년 동안 허위로 작성하고 각종 연구비를 전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국토해양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노동조합 단체협상을 통해 노조 전임자들에게 최고의 평가 점수를 준 사실도 드러났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비리 복마전의 실상을 들여다본다.》
▼ 해양수산개발원은 탈법개발원? ▼
연구비로 설선물 돌리고, 해운 운임지수 허위작성도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KMI는 2002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주간 운임지수를 허위로 작성했다. KMI 운임지수는 한국을 비롯한 태평양과 극동지역 벌크선의 운임 시황 지표이다. 이 지수는 해운시장이 호황인지 불황인지 나타내는 지표다.
○ 허위 운임지수 발표
KMI는 1995년부터 공신력 있는 외국의 한 회사로부터 관련 자료를 입수해 운임지수를 산정해 왔다. 이 회사는 2002년부터 자료의 제공을 중단했으나 KMI에서 운임지수를 산정하는 담당자는 임의로 지수를 산정해 발표했다. 2004년 12월 한 책임연구원이 비공개 내부 보고서에서 이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3월부터 운임지수 산정 업무를 담당하게 된 연구원이 반발하면서 그해 4월 30일 운임지수 발표가 중단됐다.
○ 연구비가 명절 떡값으로
KMI는 2005년 1월 한 대형마트에서 한우갈비세트 24만 원짜리를 대량 구매했다. KMI 유관 기관인 경제사회연구회 관계자 등의 설 선물용이었다. 그러나 이 비용은 ‘동북아 지역의 해상수출입 화물교통망 분석’ 등의 연구사업비 명목으로 회계 처리됐다.
올해 3월 강종희 원장 장녀의 결혼식 소식이 한국항만협회의 홈페이지를 통해 외부로 알려진 것도 논란거리다. 당시 홈페이지에는 강 원장의 계좌번호도 함께 게재됐다. 강 원장은 “나와는 무관하게 항만협회가 임의로 올린 것이며, 내가 직접 올렸다고 주장한 측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던 전임 원장은 연구과제를 수행하지도 않고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석좌연구위원이라는 명분으로 수당을 받아갔다.
○ 기관 비위 축소 의혹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11, 12월 국무조정실은 KMI에 대한 공직기강 감사를 벌였다. 국무조정실은 당시 출장을 가지 않았는데도 출장비 명목으로 896만 원을 청구한 뒤 경조사비로 사용하거나 단란주점 등에서 사용한 비용을 회수할 것을 지시했다. 그 후 KMI 감사실이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출장비는 모두 1억8936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연구비를 횡령한 직원들은 확인서까지 작성했으나 KMI는 국무조정실에 이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노조전임엔 최고평점 ▼
국토부 산하 주요 공기업, 최상위등급 부여 특급대우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국토해양부 산하 주요 공기업들이 근무평가 시 노조 전임자들에게 사실상 최상위 등급을 부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5일 한나라당 정희수 의원실에 제출한 ‘산하 공기업 단체협약 및 임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주택공사(전임자 5명)는 단체협약에 ‘노조전임자는 대외파견자로 간주해 근무 평가 시 S등급을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S등급은 주공의 직원 평가 점수 S, A+, A, C등급 중 가장 높다. 한국도로공사(전임자 5명)도 단협에 ‘노동조합 보직기간 및 보직 해제 후 차기의 근무성적평정점수는 동일연도 승진자의 상위 4분의 1의 평균 점수를 적용한다. 동일연도 승진자가 없는 경우 직후연도 승진자 상위 5분의 1의 평균점수를 적용한다’는 조항이 있다. 정 의원은 “상위 4분의 1의 평균점수를 받는다면 사실상 최고등급을 받는 셈”이라며 “단지 노조 전임자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특급대우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공항공사(전임자 3명)는 노조 전임 기간의 근무평가를 ‘전임 직전 3년간 평점 중 최상평점’으로 부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전임자 3명)도 전임 기간 및 전임 종료 후 1년간 근무평가점수를 ‘최근 3년간 평점 중 최상평점 이상’ 주도록 했다. 노조 전임자였다는 이유만으로 전임 기간이 끝난 뒤에도 최고 평점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편 노조 전임자가 3∼6명인 국토부 산하 7개 공기업의 노조 전임자 연평균 급여는 5800여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