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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별장

입력 | 2009-10-06 20:43:00


왕족이나 엄청난 부자, 혹은 할리우드 배우쯤 돼야 소유할 수 있었던 별장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 지도 꽤 되었다. 전미(全美)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05년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40%가 별장, 즉 세컨드 홈(second home)이었다. 우리나라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으면서 주말엔 도시를 떠나 해변이나 숲처럼 경관이 좋은 곳에서 조용한 생활을 즐기려는 콘도와 별장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선 정기적으로 별장과 집을 오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나눈다’는 말에서 나온 ‘스플리터(splitter)’가 그것이다. 이들을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플리터닷컴(www.splitters.com)이란 웹 사이트도 있다. 하지만 별장 소유자는 여전히 부자의 동의어로 쓰인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 브래드 피트 커플이 최근 프랑스에 7000만 달러(약 728억 원)의 초호화 주택을 구입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과연 부자는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자신의 별장인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걸 즐겼지만 별장을 진짜 좋아한 사람들은 공산권 지도자들이다. 옛 소련의 철권 통치자 스탈린은 크렘린 궁에 머물지 않고 고향인 현 그루지야공화국 흑해 부근 소치에 있는 별장에서 사람을 불러 통치했다. 1989년 처형된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도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깊은 산속과 해변에 별장을 만들어놓고 생활하기를 즐겼다.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와병 이후에는 별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 전역에 33곳의 호화별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전 세계에서 개인별장으로는 가장 많은 수가 아닐까 싶다. 별장 용지를 모두 합치면 일산신도시 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고 한다. 항공기와 승용차 이용을 꺼리는 김 위원장을 위한 전용 열차역도 28곳이나 된다고 한다. 별장이 이렇게 많은 까닭은 주민 봉기나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은신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 주민의 고혈로 유지되는 이런 호화 별장이야말로 북한다운 독재유지 비용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