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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팬텀씨]Q: 피아노에 악보도우미 많은 이유는

입력 | 2009-10-08 02:57:00


―피아노 연주회를 보러 갈 때마다 악보를 넘기는 ‘악보도우미’(페이지 터너)에게 눈길이 갑니다. 악보도우미는 공연장 소속인가요? 그 일만 전문으로 하나요?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도 왜 피아노 반주자에게만 악보도우미가 붙나요.(조규용·19·서울 동작구 사당동)

A: 악보량 많아 자주 넘겨야
연주자 후배-제자가 맡아

피아노에 유독 악보도우미가 필요한 이유는 같은 시간을 연주해도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같은 선율악기보다 더 많은 악보 지면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선율악기 악보는 오선이 그어진 악보 한 줄로 진행되는데 피아노 악보는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가 있는 두 줄로 진행되죠. 한 줄에도 대체로 음표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빈번하게 악보를 넘기게 됩니다. 잠시 연주를 멈추는 부분도 선율악기에 비하면 없다시피 해 악보 도우미가 필요하죠.

그런데 악보도우미가 공연장에 소속되지는 않습니다. 악보 넘기기에도 저마다의 취향과 요구가 있기 때문에, 후배나 제자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피아니스트가 어느 부분까지 눈으로 악보를 기억하고 어느 순간에 넘기기 원하는지는 연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잘 아니까요.

한 사람을 무대에 앉혀놓고 악보만 넘기게 하는 게 미안하다는 연주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 악보 기기도 나왔습니다. 국내에는 6년 전 선을 보인 뒤 김대진 강충모 신수정 이경숙 씨 등이 연주회에서 사용했습니다. 기기를 손가락이나 발로 툭 건드리면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악보가 바뀝니다. 연주자들도 ‘편리하다’고 얘기하는데 의외로 관객이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연주회장에 전자 기기가 보이니 낯설다”는 거죠.

말이 나온 김에 오케스트라의 악보 넘기기도 알아볼까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여러 악기가 같은 선율을 연주하는 파트는 대체로 두 사람이 한 악보를 씁니다. 이 중 ‘서열’이 더 낮은 연주자가 왼쪽에 앉기 때문에 왼쪽 연주자가 악보를 넘깁니다. 그러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서는 오른쪽 연주자가 악보를 넘기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악보의 오른쪽 장을 넘기기 때문에 ‘인체공학적’으로 더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일제히 악보를 넘기는 소리를 꺼리는 지휘자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연주자 중 일부만 악보 뒷장을 복사해서 앞장에 오려붙이도록 합니다. 악보 넘기는 소리를 분산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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