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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초점]교과위 증인채택 싸고 연이틀 파행

입력 | 2009-10-09 02:58:00

텅빈 의원석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정운찬 국무총리 증인 채택 문제로 시작도 못하고 정회돼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수원=연합뉴스


“제발 질의 한번만…” 시작도 못하고 끝난 감사
어제 경기교육청 국감 업무보고도 못한채 종료
7일 교과부 국감도 공전
공무원들 “쇼하는 거냐” 분통

“왜 자꾸 다른 기관장을 불러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하면 되잖아요.”(8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

“첫 발언으로 5분씩 주어진 발언도 아직 한 번도 못하고 있습니다. 한 바퀴라도 돌고 난 후에 이야기합시다. 제가 준비한 교과부 장관 상대 질의를 하게 해주십시오.”(7일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

지난해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국정감사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판박이 파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7일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열린 본부 국정감사에 이어 8일 열린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교과위는 변변한 질의 없이 파행을 겪었다. 정운찬 국무총리 겸직 논란과 경기도의 교육국 신설을 둘러싼 증인 채택 논란 등으로 질의·답변이 아닌 의사진행 발언이 국감장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8일 경기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경기도의 교육국 설치 강행은 교육감을 정치적으로 흔들려는 것”이라며 “김문수 경기지사가 직접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며 국감 시작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전날 국감에서 논란이 됐던 정 총리의 증인 채택을 다시 요구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 총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감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간사인 임 의원은 “총리를 교과위 국감 때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여야 설전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졌고 결국 국감은 피감기관의 업무보고도 못한 채 중단됐다. 여야 간사는 두 차례나 협의를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과 여당 의원들은 국감 파행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지우는 기자회견을 차례로 열었다. 여야 간사들의 합의로 국감은 오후 8시경 속개됐지만 민주당에서는 이종걸 위원장과 간사인 안민석 의원만 참석했다. 재개된 국감은 서면질의 요청과 여야 간사의 의사진행 발언만 한 뒤 오후 9시경 끝났다.

이날 국감은 시도교육청 가운데 처음으로 열렸다. 특히 진보성향 김상곤 교육감이 추진 중인 무상급식, 혁신학교 정책 등 쟁점이 몰려 있어 관심이 집중됐지만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파행으로 얼룩졌다.

7일 열린 국감도 상황은 똑같았다. 이날 국감은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다 오후 11시경 결국 산회했고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교과부 공무원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퇴근길에 올랐다. 기약 없는 회의 속개를 기다리던 한 공무원은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며칠 밤을 새워 자료를 만들면 뭐하냐. 과학기술 챙긴다고 본부 국감 날짜를 이틀로 늘린 것도 결국 쇼 아니냐”고 말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한 과학기술인은 “의원들은 돌아가면서 자리나 비우고 심지어 어떤 의원은 자고 있더라”며 “국정감사나 감사하라”고 화를 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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