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인터넷 논객이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맞아떨어지면서 졸지에 유명인사가 된 사건이 있었다. 한국처럼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0%를 차지하는 경제에서 환율이 거시경제의 중요 변수라는 점은 상식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엔 환율과 기업이익, 주가의 상호연관성이 과거보다 높아져 환율과 증시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최근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개월 만에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외국인투자가의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주가도 조정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환율과 주가는 어느 정도 ‘역비례’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1992년 자본시장 개방 후 어느 정도 연관성을 보인 환율과 주가의 관계는 외환위기를 맞아 가장 극적으로 역비례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에서 1952원까지 폭등하고 주가는 700에서 277로 주저앉았다. 비율로 환산하면 환율이 130% 절하되는 동안 주가는 60% 떨어진 것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양자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다소 약해졌다. 하지만 작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다시 한번 환율과 주가의 무서운 역비례쇼(?)가 펼쳐졌다. 외환위기 때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2년 전과 마찬가지로 현재는 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되면서 환율이 안정을 되찾고 주가도 폭락부분의 70%를 회복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환율이 1200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이나 기업관계자들이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다. 장기적으로 원화강세는 긍정적이다. 한국 경제의 체력 회복에 비례해 원화가 절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절상 속도가 문제다. 외환거래가 완전히 자유화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증시는 환율이 완만하게 절상되거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때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5년 동안 환율이 1250원에서 900원까지 서서히 절상되는 동안 증시는 560에서 2,070까지 300%나 상승했다.
이 시기는 글로벌 경제 호황 시기였다. 닷컴 버블 붕괴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가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상황과 매우 유사한 흐름이다. 미국과 일본은 이미 제로 금리이고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기타 중요 국가들도 당시와 비슷한 금리 수준이다. 그 덕분에 미국은 공식적으로 불경기 종료를 선언했고 기타 국가들도 빠른 경기회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가 다시 정상 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환율이 경기회복 속도에 맞춰 안정적인 절상 추세를 보인다면 증시는 다시 ‘태평성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