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봄과 가을, 졸업앨범 사진을 촬영하는 캠퍼스는 멋지게 차려입은 남학생과 화사한 정장 차림의 여학생으로 가득하다. 졸업사진 촬영은 옷차림처럼 늘 화려할까. 사진을 찍을 때 모두가 환하게 웃지만 속마음도 밝을까. 내가 보기에는 무관심과 지나친 관심이 공존한다.
연세대 영문과 학생 김모 씨(24·여)는 “허례허식 같다”는 이유로 졸업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 같은 학교의 다른 김모 씨(27)도 “휴학을 많이 해서 졸업이 늦어졌고, 그러다 보니 학과에 아는 사람도 없어 불편했다”는 이유로 졸업사진을 안 찍었다. 1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고 학과를 배정받는 학부제도로 말미암아 같은 학과 학생끼리도 잘 모르는 상황, 또 취업과 고시 준비로 휴학을 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졸업사진을 찍지 않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졸업사진을 두 번 찍는 일도 생긴다. 결혼정보업체에 졸업사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일부 여대생은 봄과 가을에 두 번이나 사진을 찍는다. 어느 친구는 “작년에 졸업사진을 촬영했으나 사정상 올해 졸업을 하면서 다시 찍게 됐다. 한 번 더 촬영한다고 돈을 더 내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졸업사진을 둘러싼 캠퍼스의 풍경은 냉정과 열정 사이의 어디쯤이 아닌가 싶다. 학급의 모든 친구가 함께 등장하고 누가 누군지 분명하게 아는 초중고교의 졸업앨범에 비해 대학 졸업앨범은 더 비싸고 멋지고 화려하다. 그러나 경기가 어렵고 취업이 힘든 캠퍼스 밖의 현실, 같은 학과 학생끼리도 잘 모르는 캠퍼스 안의 현실이 오버랩돼서 일까, 대학 졸업앨범은 내게 낯설기만 하다. 함께 지냈던 친구 몇 명은 보이지 않고, 모르는 사람이 많이 등장하는.
최두희 연세대 영문과 4학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