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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련되게… 더 듣기 좋게… “병원 이름도 경쟁력”

입력 | 2009-10-12 02:57:00

이달 들어 ‘가톨릭대 부천성가병원’이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병원들은 이름을 바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형병원 올들어 이미지 관리위한 개명 확산

‘K병원.’ 건국대병원이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1년여 전부터 명칭 변경을 추진하면서 만든 이름이다. 병원 이름에 영어 이니셜을 넣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내부 반대에 부닥쳐 명칭 변경은 당분간 보류됐다.

기존 이름을 포기하고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은 비단 건국대병원뿐만 아니다. 올해 이름을 바꾼 종합병원만 네 곳에 이른다.

의료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첫걸음

올해 1월 ‘서울위생병원’이 ‘삼육의료원 서울병원’으로 바꾼 것을 필두로 3월에 ‘영동세브란스병원’이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5월에는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10월부터 ‘가톨릭대 부천성가병원’은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으로 바뀌었다. 종합병원으로는 2002년 ‘서울중앙병원’이 ‘서울아산병원’으로 바꾼 후 거의 명칭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올해 유독 병원 명칭 변경이 많다.

병원들이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을 포기하고 새롭게 명칭을 바꾸는 것은 지역적이고 낡은 이미지를 풍기는 이름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닥쳐올 의료개방시대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고 명칭 변경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관문으로 보는 것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은 1983년 재개발이 진행됐던 지역의 명칭이 ‘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의미의 ‘영동지구개발계획’으로 이름이 지어졌던 탓에 병원 이름을 ‘영동세브란스병원’으로 했다. 그러나 ‘영동’을 강원 영동지역으로 아는 사람이 많아 그동안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영동세브란스병원은 10억 원을 들여 개축공사를 하면서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위생병원은 ‘위생’이라는 단어가 주는 낡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삼육의료원 서울병원’으로 바꿨다.

부천성가병원은 50년 전 미아리 성가소비녀회라는 수녀회의 지원으로 만든 의원으로 20여 년 전 경기 부천시로 이전해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성가’라는 단어를 50년 동안 사용했기 때문에 ‘부천성모병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김형민 부천성모병원 병원장은 “브랜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는 시대”라며 “특히 의료계는 의료시장 개방과 병원 영리법인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발전 지향적 의미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지역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울시립병원들도 명칭 변경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보라매병원이 가장 대표적.

보라매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 직접 운영하고 의료진도 모두 서울대병원 출신의 교수급인데도 일반인에게는 공군에서 운영하는 작은 병원 정도로만 인식돼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전혀 활용 못하고 있어 이를 알리는 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라매병원 개명과 관련해 서울시 측에서 새로운 이름에 서울시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어 명칭 변경이 쉽지 않다.

이대목동병원은 내년 하반기 문을 여는 서울 양천구 양천메디컬센터 이름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양천메디컬센터는 서울시가 이화의료원에 위탁해 운영하는 노인성질환 전문병원인데 병원 이름에 이화의대라는 브랜드 네임을 활용할 수 없는 데다 특정 구로만 한정된 이름이다 보니 지역적인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화의료원 관계자는 “양천메디컬센터는 2007년 서울시 주최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한 이름이어서 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병원들이 속속 이름을 바꾸고 있으므로 우리도 고민해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희대 소속인 동서신의학병원은 2006년 6월 서울 강동구 상일동으로 이전하면서 양방과 한방을 함께 진료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대부분 한방병원으로만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희대병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

동서신의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이름에 지역이나 대학 이름을 넣어 쉽고 간단하게 부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