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11일, 장애인계의 오랜 노력 끝에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이 제정됐다. 장차법은 고용, 교육, 교통시설, 의사소통, 문화, 체육, 사법권, 모성권·부성권 등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평등권을 실현하고자 하는 법이다.
2005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가정의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비장애인의 취업률은 70%인 데 비해 장애인의 취업률은 44%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비장애인의 절반이 조금 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장애인의 86%가 우리 사회가 차별이 심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국민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복지국가’의 궁극적 목표라면 기본적인 행복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장애인의 권리보호를 강조한 장차법은 반드시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제정 1년이 지난 올해 4월 보건복지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이 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0%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차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직접적인 차별뿐 아니라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하는 간접차별(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에게 확대된 글자를 제공하지 않는 시험의 경우)과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정당한 편의제공의 의무를 명시했다. 간접적인 차별이 없어져야 장애인도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의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을 통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동일한 출발선에서 경쟁할 수 있는 틀을 새로 짜 주는 것이다.
우리의 장차법은 세계 최초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인 미국의 ‘American Disabilities Act(ADA)’와 많이 닮아 있다. ADA는 1964년 인종과 종교, 성별을 기초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시민 인권법의 확대된 형태로 1990년에 제정되었다. 그러나 장애로 인한 직장 내의 차별을 금하고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은 제정 이후 19년이 흐른 현재 장애인고용에 미친 영향이 매우 미미하다는 연구가 나오는 실정이다. 국가적 경제상황이나 다른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해고할 때 법정 소송비용이나 장애인을 고용할 때 제공해야 하는 편의시설 설치비용의 부담으로 오히려 장애인의 고용률을 감소시켰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미국이 사회복지 면에서 ‘리더’가 아닌 ‘낙오자’라는 사실에 대한 성찰이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의 장차법이 미국보다 17년이나 늦었다고 개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적어도 그들의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가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우리나라는 우선 장차법의 취지를 널리 알리고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의도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어떤 행위가 차별에 해당되는지 잘 알지 못해서 일어나는 비의도적인 차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기업체나 기관들에서 느끼는 편의 제공에 대한 부담에 있어서도 비용을 줄이면서도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안을 마련해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장차법이 20년 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지선 미국 뉴욕에서, 푸르메재단 홍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