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사이트서 사연 확인
어릴 적 입양돼 본명과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던 40대 주부가 경찰의 도움으로 35년 만에 가족을 되찾았다. 11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모 씨(43)는 8세 때인 1974년 가정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언니와 오빠, 남동생 등과 떨어져 다른 집으로 입양됐다. 하지만 양부모는 이 씨를 때리고 학대했다. 어린 나이에 이 씨는 엄마를 찾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었다. 대전에 있는 한 보육원을 거쳐 이 씨는 다른 가족에게 재입양돼 ‘조숙정’이라는 이름 대신 현재의 ‘이모 씨’라는 새 이름으로 살게 됐다.
마흔을 훌쩍 넘기고서야 혈육을 찾겠다며 서울 중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았지만 자신의 본명만 겨우 기억하고 있는 데다 언니 오빠의 이름도 잘못 알고 있어 수소문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방송사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언니가 자신을 찾는 글을 보았다. 중부경찰서는 이 사연을 올린 이의 이름과 글에 적힌 남동생 두 명의 이름을 가지고 다시 수소문에 나서 경기, 인천, 광주 등지에 흩어져 살던 이들 5남매는 9일 극적으로 상봉할 수 있었다. 동생을 애타게 찾아왔던 언니 조숙이 씨(47)는 “생사도 모르던 동생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건강하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감격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