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극심한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는 서민 생활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사망한 가족의 장례와 매장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서민들이 시신을 암매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미국의 병원 관계자나 검시관들을 인용해 전국적으로 주인을 알 수 없는 시신이 방치되거나 암매장된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정부가 각종 사회보장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주 정부 등 지자체들도 예산 부족으로 매장 및 화장 비용 지원금을 줄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예를 들어 오리건주에서는 지난 몇 년간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이 방치된 경우가 50%나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장례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가족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주 정부의 검시관인 카렌 건슨 박사는 "우리 냉장보관소에 시신이 늘고 있다"면서 "이는 가족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매장이나 화장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리노이나 매사추세츠, 웨스트버지니아, 위스콘신 등 몇 개의 주는 이같은 시신의 매장 및 화장 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대부분의 주 정부들은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위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이드 가입자에게도 이런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어려움을 겪는 주 정부의 재정에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오리건 주는 이런 처리비용을 사망 신고 수수료로 충당하는데 주 의회는 지난 6월 사망증명서 발급수수료를 7달러에서 20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1건당 450달러인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의 화장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다.
위스콘신 주의 경우 올해 주 정부가 화장비용을 감당한 사례는 작년보다 15%가 늘어났다.
테네시 주에서는 검시관들이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을 테네시대학 법의학 인류학연구소에 기증해 학생들이 부검 연습에 사용할 수 있게 해왔으나, 올해는 시신이 넘쳐 기증을 중단해야 할 지경에 달했다.
매장보다 비용이 저렴한 화장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장의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북미화장협회에 따르면 화장률은 2003년 29.5%에서 2008년 36%로 높아졌고 2015년엔 4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리건 주 검시관인 건슨 박사는 "24년간 이 일을 해왔는데 이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