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 중고제의 세 유파로 나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덕분에 ‘서편제’가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나머지 유파 역시 한국 판소리계의 당당한 맥으로 고유의 특징과 명창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동편제는 섬진강 동쪽 지역 명창들에 의해 불렸다. 구례, 남원, 순창, 곡성, 고창 등에서 성행했으며, ‘가왕’으로 숭앙받는 송흥록이 발전시켜 국창 송만갑이 완성시켰다. 웅장하면서도 호탕한 소리인 우조를 많이 사용해 세 유파 중에서도 부르기 힘들기로 유명하다.
박초월, 김소희, 임방울, 박봉술 등이 모두 동편제의 명창들이다.
전남 구례군에서 23일부터 25일까지 ‘2009 구례동편소리축제’를 연다. 송만갑, 박봉술 등 최고의 명창들을 배출한 구례군이 동편제 판소리 메카로서의 위상을 재조명하고 동편제의 예술성과 전통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판소리 축제인 만큼 웅장하고 호방한 동편제 판소리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공연마당이 신명나게 깔린다. 여기에 전통 민속 체험마당, 동편제 판소리 역사와 지리산의 사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마당, 남도의 푸짐한 먹을거리가 있는 장터마당 등이 곁들여진다.
이번 축제는 우리 시대 최고의 명창인 안숙선이 ‘춘향가’로 문을 열고, 조상현 명창이 ‘심청가’로 닫는다. 박봉술제 ‘흥보가’가 송순섭 명창과 제자들에 의해 온전히 보존·완창된다는 점도 뜻깊다.
‘山의 소리, 江의 소리’를 부제로 단 이번 축제의 중심은 뭐니뭐니해도 ‘소리’다. 볼거리 들을 거리로 가득찬 2009 구례동편소리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 개막제
23일(금) 5시
국악계의 ‘프리마돈나’ 안순선 명창의 ‘춘향가’에 이어 최종실의 ‘소고춤’이 등장한다. 광주시립국극단(단장 송순섭)이 화려한 부채춤, 판소리 입체창, 화현과 바라, 남도민요, 판굿, 소고와 장고무 등의 멋진 프로그램을 선사한다.
○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함께 하는 판소리 이야기
24일(토) 2시
시와 판소리는 모두 문학이다. 종이 위의 글이 리듬과 가락을 만나면 노래가 된다. 섬진강과 삶을 나누어 온 시인 김용택이 보는 판소리는 어떤 느낌일까. 명창의 소리를 시인의 감성으로 만난다.
○ 박봉술제 ‘흥보가’ 연창
24일(토) 3시
동편제 송만갑, 박봉술을 이은 송순섭 명창이 제자들과 연창하는 박봉술제 ‘흥보가’는 놓칠 수 없는 명품 공연. 송순섭 명창이 제자 정경화, 이소연, 남해웅 등과 함께 한다. 3시간이 물처럼 흘러가는 공연이다.
○ 창극 ‘산불’ 구례 피아골을 태우다
24일(토) 7시
국립창극단의 젊은 창극 ‘산불’이다. 국립창극단은 국가브랜드 ‘청’과 ‘산불’,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통해 창극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해 왔다. 지리산 자락에 묻어있는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 김일구·김영자의 뺑파전
25일(일) 7시
‘뺑파전’에 관한한 독보적 경지를 이루고 있는 김일구 명창과 김영자 명창의 공연. 해학적인 작품을 통해 ‘심청전’의 비틀린 모습을 볼 수 있다.
○ 조상현의 ‘심청가’
25일(일) 8시
우리 시대의 명창 조상현의 ‘심청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절대의 공연’이다.
공연문의: 061-780-2732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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