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의 경찰청에서 열린 국정감사는 본격적인 질의 응답에 앞서 경찰청의 업무현황 보고를 위해 프로젝터와 대형 스크린이 준비됐다. 이때 뜬금없이 "의원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화면에 등장했다. 감사에 나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23명에 대한 홍보 형식의 동영상을 제작해 감사장에서 틀었던 것. 동영상에는 슬라이드 화면으로 의원 개개인의 얼굴 사진, 소속 정당, 지역구, 활동사진 등이 약 5분 정도 지나갔다. 감사장에 있던 의원들을 비롯해 보좌진, 경찰 간부, 취재진 등은 국정감사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동영상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경찰청의 '지나친' 배려에 의원들도 마뜩치 않은 눈치였다. 조진형 위원장은 "질의할 시간도 부족하니 앞으로 이런 영상은 틀지 말아 달라"며 "지방경찰청에도 모두 전달해서 앞으로 있을 지방경찰청 감사 때는 이런 영상이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야 간사들도 "이런 동영상 상영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진행된 업무 보고 때 조 위원장은 시간이 부족하다며 일반현황 소개 등 일부 보고는 생략하도록 지시해 경찰청은 준비한 업무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전 감사가 끝나고 의원들이 감사장을 빠져나간 뒤 경찰청의 한 간부는 "내가 하지 말자고 했는데 왜 그랬냐"면서 부하 직원들을 큰 소리로 질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