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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君子는 泰而不驕하고 小人은 驕而不泰니라

입력 | 2009-10-13 02:49:00


정치를 담당하는 군자가 갖춰야 할 덕성으로 五美(오미)를 꼽는다. 다섯 가지 美德이란 말로, 혜택을 베풀되 낭비하지 않고, 일하게 하되 원망을 사지 않으며, 바라되 욕심 부리지 않고, 여유 있되 교만하지 않으며, 위엄스럽되 사납지 않음을 가리킨다. ‘논어’의 맨 마지막 편인 ‘요왈(堯曰)’에서 공자가 제자 子張(자장)에게 일러준 말로 나온다. ‘여유 있되 교만하지 않다’는 말은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에 먼저 나왔다. 여기서는 정치를 담당하는 경우만이 아니라 군자로서의 태도와 덕성을 포괄적으로 말한다.

泰는 편안하면서 느긋한 태도이다. 도리에 따르기 때문에 편안하며, 바깥의 명예나 이익을 좇지 않고 內實(내실)을 다져 느긋한 것을 말한다. 泰然自若(태연자약)은 본래 이런 태도를 가리킨다. 而는 연결사로 여기서는 앞과 뒤를 순순하게 이어준다. 驕는 곧 驕慢(교만)이다. 사사로운 욕심을 지닌 자가 어쩌다 사정이 좋아졌다고 해서 멋대로 굴고 내실이 虛하기에 바깥으로 기세를 부림을 말한다. 한문에서는 때때로 泰와 驕를 동의어로 보아 驕泰(교태)라고 복합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정약용은, 泰는 切磋琢磨(절차탁마)의 공부가 있지만 驕는 그런 공부가 없다고 부연했다. 小人은 謙遜(겸손)과 順從(순종)의 덕이 없어 輕薄(경박)하고 暴慢(포만)하기 쉽다는 점을 경계했다.

유학은 君子와 小人을 엄격하게 구별한다. 조선의 成俔(성현)은 군자라면 마음 씀이 공평하고 몸가짐이 신중하며 도리에서 벗어난 격렬한 논란과 사나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사회의 자율적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 다만 나 자신은 군자라고 자부하면서 상대방을 소인으로 규정하고 배척한다면 결코 나와 남의 조화를 이룰 수 없으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