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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PIFF]“오륙도- 자갈치시장, 촬영지로 원더풀”

입력 | 2009-10-13 02:49:00


■국내외 영화제작자 로케이션 투어
“경비선 타고 바다 위 달려보니
007시리즈 배경으로 손색 없어”

“여기를 왜 오륙도라고 부르는지 눈치채셨나요? 오륙도는 대여섯 개의 섬이라는 뜻인데요, 만조 땐 수면이 높아져 섬이 다섯 개로 보이지만 물이 빠지면 여섯 개의 섬이 물 위에 드러나기 때문이죠.”

12일 오후 6시 부산 오륙도 부근 바다 위. 해양경찰청 경비선을 탄 국내외 영화인 20여 명이 가이드의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이날 행사 제목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부산 팸투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 제작사를 대상으로 영화 로케이션 촬영지를 홍보하는 투어다. 영화 촬영 유치를 위해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관광컨벤션뷰로’가 올해 처음 행사를 실시했다.

영국 ‘이브’의 클레어 다운스 스크립트 컨설턴트, 프랑스 영화제작사 아리조나 필름스 르미 로이 프로듀서, 일본 와일드 오렌지 아티스트 유타카 다치바나 대표 등 외국 제작자들과 ‘조폭마누라’의 조진규 감독, 김태훈 이종문 김진 씨 등 국내 프로듀서들이 동백섬에서 출발해 오륙도 태종대 자갈치시장 등 부산 곳곳을 둘러봤다.

프랑스 모자이크 필름의 제작자 토마스 슈미트 씨는 벨기에로 입양된 한국 사람이 고국 여행을 하는 영화를 내년에 촬영할 계획이다. 이번 부산 방문도 이 영화의 촬영 장소 섭외를 위한 것. 슈미트 씨는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현대적인 해운대와 전통적인 느낌을 주는 자갈치시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경비선을 타고 바다 위를 달리는 지금은 영화 007시리즈의 배경으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장면”이라고 말했다.

경비선에서 내리자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배가 닿은 곳은 부산공동어시장. 참가자들은 160여 t의 생선이 매일 아침 경매되는 이곳을 지나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온 앤슨 아벨러 감독은 “선댄스 영화제를 자주 가지만 볼 수 있는 건 스타들과 공짜 선물밖에 없다”며 “부산영화제는 영화를 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오후 5시에 시작한 행사는 8시가 넘어 남포동 거리에 있는 횟집에서 끝났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부산에서 받은 인상을 털어놨다. 일본 드라마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를 만든 오치아이 마사유키 감독은 “오늘 많은 꿈을 꿀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선 도심 거리의 풍경을 스케치만 하려 해도 허락을 구할 수 없어요. 하지만 그동안 포기했던 도심 액션 장면을 남포동을 배경으로 다시 찍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이래저래 밤에 생각이 많아질 것 같네요.”

부산=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