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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수도권 고교 ‘學力1번지’는 허상이었다

입력 | 2009-10-13 02:49:00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原)자료를 국회의원에게 제공하면서 베일에 가려졌던 학력 격차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2009학년도 수능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도권의 학력이 전국 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특목고를 제외한 고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수능 응시자의 평균 표준점수를 산출해 보니 서울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1위, 경기도는 12위, 인천은 15위였다.

대다수 국민에게 ‘학력 1번지’로 인식되는 서울의 실상은 참담하다.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의 평균 표준점수 합계가 292.2점으로 전국 1위인 광주의 313.6점보다 21.4점이나 낮았다. 수리 점수는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기도는 평균 표준점수 합계가 290.6점으로 언어 외국어 영역이 각각 전국 10위, 수리가 15위에 그쳤다. 인천은 합계 점수 289점으로 1위 광주와는 24.6점의 큰 격차가 있었다. 인구의 절반이 집중되어 있고 사교육 여건이 잘 갖춰진 수도권의 학력 침체는 충격적이다.

상위를 차지한 광주 제주(2위) 부산(3위)의 교육현실과 비교해 보면 서울이 뒤처지는 원인을 쉽게 알 수 있다. 광주는 2002년 학교선택제가 도입된 이후 고교들이 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서 학력 향상으로 이어졌다. 제주는 인구 56만 명에 불과한 작은 지자체여서 학교별 진학 실적이 지역사회에 곧바로 알려져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다. 부산은 2000년 취임한 설동근 교육감이 ‘학력 신장’을 최우선 과제로 앞세우고 실적 하위 3%의 교장 교감에 대해 문책을 한다.

이에 비해 수도권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높은 진학 실적에 가려 ‘학력 저하’의 전체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의 일반계 고교는 232개교로 30만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으며 특목고 재학생은 8개교, 7000여 명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계 고교에 대한 학력 신장 대책이 시급하다.

그동안 ‘서열화의 폐해’ ‘평등 교육’ 등 그럴듯한 구실을 내세우면서 일선 학교의 무능을 방관한 수도권 교육청의 반성이 나와야 한다. 교육감이 앞장서서 부진한 학교를 챙길 필요가 있다.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에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리고 유능한 교사를 파견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역균형선발제도는 지방 학생을 주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제도 역시 대도시 저소득층 지역을 소외시키는 불합리한 차별이므로 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