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미군 개인화기, 치명적 결함”

입력 | 2009-10-13 02:50:00

한 미군 병사가 열감지로 목표물을 확인하는 특수장비가 장착된 M4 자동소총을 들고 조준 시범을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M4소총 등 결정적 순간에 고장
아프간 전사자 총기 조사결과

2008년 7월 13일 이른 아침.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20여 명과 미군 1개 소대가 지키던 와나트 기지에 탈레반 무장세력 200여 명이 돌격해 왔다. 에릭 필립스 미군 하사는 M4 자동소총으로 응사했지만 곧 고장이 발생했다. 급히 옆에 있던 기관총을 집어 들었지만 이것도 이미 고장 난 상태였다.

다른 편에 있었던 크리스 매카이그 상병도 30분간 약 12개의 탄창을 소비한 뒤 M4 자동소총이 장전되지 않는 바람에 절망 속에 총을 버려야 했다. 이날 교전에서 미군 9명이 전사하고 27명이 부상했다. 전사한 자슨 보가르 하사가 움켜쥐고 있던 M249 기관총을 조사한 결과 600여 발이 발사된 뒤 총신이 달아올라 고장 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보가르 하사가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 목격자는 없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군전투연구소의 1년여 진상조사 결과 밝혀진 것들이다. 보고서는 M4 자동소총과 M249 기관총 등 미 보병의 개인화기가 결정적인 순간에 고장 나는 치명적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많은 총기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미 인터넷에서 관련 보고서가 떠돌기 시작했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3일 와나트 기지 인근 미군기지에서도 탈레반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미군 8명이 사망했다. 아직 조사가 진행되기 전이라 무기 고장 사례는 알려진 바 없지만 지난해 와나트 기지 전투와 유사한 사례는 없는지 주목하고 있다.

미군 개인화기, 특히 베트남전쟁에서 사용했던 M16의 개량품인 M4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불만의 주요 내용은 총기 소제에 품이 많이 드는 데다 너무 예민해 쉽게 고장 난다는 것. 하지만 미군 당국은 현재 50만 정이 보급돼 있는 M4가 소제가 잘돼 있으면 고장 없이 3000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으며 병사들의 90% 이상이 M4를 신뢰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과 달리 예산을 따로 사용하는 미군 특수부대는 M4를 모두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와나트 기지 관련 보고서의 공개로 앞으로 미군이 새 개인화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