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집안일에 바빠 운동을 소홀히 했던 주부 진미숙 씨(48). 최근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던 중 순간적으로 무릎이 삐끗하면서 넘어졌다. 무릎을 바닥에 부딪히기는 했지만 큰 상처가 없어 그냥 넘겼는데 이후부터 무릎 통증이 계속됐다. 며칠 전에는 계단을 내려가다 갑자기 무릎을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생활습관을 바꾸면 관절이 스마일~
쪼그려 앉기-비만-인스턴트 식품 등 오늘부터 당장 NO!
매일 30분 근육강화 운동… 굽 너무 낮거나 높은신발 피해야
진 씨는 병원에서 관절 연골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중년의 나이에 노화로 관절 연골이 점점 약해진 상태에서 헬스클럽에서 넘어진 게 화근이었다. 이로 인해 연골 일부가 손상된 것.
▽관절염에 취약한 중년 여성=퇴행성관절염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1 대 9일 정도로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40대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관절전문 힘찬병원이 관절 수술환자 570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이 4385명으로 76.8%를 차지했다. 특히 40, 50대에서는 여성이 1329명(23.2%)으로 남성 505명(8.85%)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중년 이후 여성이 관절염에 취약한 것은 남성보다 관절 주위 근육이 적기 때문이다. 여성은 전체 근육 부피가 남성의 80% 정도로 적어 근육 운동을 소홀히 했을 때 같은 강도의 충격에 남성보다 더 다치기 쉽다.
출산 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비만이 되면 관절건강은 더욱 악화된다. 무릎은 서 있기만 해도 체중의 2배 정도의 하중을 받는다. 이 상태에서 체중이 늘어나면 그만큼 무릎에 무리가 온다. 인공관절 환자의 67%는 정상체중을 초과한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여성이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할 때 쪼그려 앉게 되는데 실제 몸무게의 7배에 달하는 하중이 무릎에 전달된다. 또 오랜 세월 하이힐을 신으면 발 뼈 변형으로 신체 불균형이 오면서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
40, 50대가 되면 무릎 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찾아온다. 뼈와 뼈를 감싸고 있어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연골이 나이가 들면서 얇아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된다. 손상된 연골을 오래 방치하면 조기에 퇴행성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
김성민 힘찬병원 정형외과 진료부장은 “중년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무릎이 아프고, 무릎을 굽혔다 펼 때마다 ‘뿌드득’ ‘드르륵’ 소리가 나고, 평소에는 괜찮다가 집안일이나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무릎 통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무릎연골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 속 관리해야 무릎 튼튼=무릎 관절염에 취약한 중년 여성은 무릎 관절을 혹사시키는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쪼그려 앉거나 엎드려서 걸레질을 하는 자세는 필연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을 부른다. 가사일은 한꺼번에 하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하고 자주 자세를 바꿔주는 것이 좋다.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줄어들고 관절에 무리를 덜 주게 된다. 매일 30분 근육과 인대를 강화하는 운동도 필요하다. 등산보다 수영, 평지걷기, 자전거 타기가 간단하면서도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이다. 관절염 초기라면 약간 숨찰 정도의 속도로 1주일에 서너 번, 1회 30분 정도로 운동한다.
잠을 잘 때는 너무 푹신하지 않은 침대에서 가볍고 따뜻한 이불을 덮는다. 의자를 이용한 좌식생활을 하고 욕실 바닥은 미끄럼 방지처리를 해서 넘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너무 꽉 조이는 바지, 굽이 너무 높거나 낮은 신발도 피한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은 “무릎 통증이 심해질 때는 찬바람을 피하고 따뜻한 물에 관절을 담가 마사지를 해 주거나 온찜질을 해주면 좋다”며 “커피, 탄산음료, 인스턴트식품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