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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剛毅木訥이 近仁이니라

입력 | 2009-10-14 02:57:00


‘논어’ ‘子路(자로)’에서 공자는 剛毅木訥 자체가 곧바로 仁은 아니지만 仁에 가깝다고 했다. 剛은 의지가 강해 물욕에 휘둘리지 않는 일, 毅는 기가 강하고 과단성이 있는 모습, 木은 나무 그대로처럼 質樸(질박)한 것, 訥(눌)은 말수가 적음을 뜻한다.

중국 서부 실크로드의 투루판에서 화염산으로 향하는 길에 아스타나 고분군이 있다. 이곳에는 高昌國(고창국)의 후예로 당나라 태종 때 중국에 복속하여 張氏(장씨) 성을 가진 이민족 귀족이 묻혀 있다. 무덤의 벽화에는 玉人(옥인) 金人(금인) 石人(석인) 木人(목인)의 네 인물이 부조돼 있는데 현지에서는 인간의 일생을 단계별로 표현한다고 해설한다. 하지만 필자가 수상록에서 이미 밝혔듯이 金人의 입에 세 번 끈이 감겨 있고 그림에 愼言人(신언인·말을 삼간 사람)이라 적혀 있음을 보면 현지의 해설은 따르기 어렵다.

金人, 곧 愼言人은 ‘공자가어’에 나오는 緘口(함구)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공자가 周(주)나라로 관광 가서 태조 后稷(후직)의 사당에 들어갔는데 오른쪽 계단 앞에 서 있는 金人의 입에 끈이 세 번 둘러 있고, 등에는 ‘옛날의 신언인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뒷날 입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을 함구라 했다. 곧, 金人은 말을 삼가는 訥의 덕목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로부터 玉人, 石人, 木人은 각각 剛의 인간, 毅의 인간, 木(質樸)의 인간을 상징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아스타나 고분 벽화의 玉人, 金人, 石人, 木人은 ‘논어’에서 말한 仁에 가까운 덕목을 형상화했다.

공자는 ‘學而(학이)’에서 “말과 안색을 교묘하게 꾸미는 사람 치고 어진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巧言令色(교언영색)과 剛毅木訥은 서로 상대되어 구별하기 쉽거늘, 우리는 자주 그 분별을 그르치고는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