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가고…학업성취도평가를 거부한 서울 경기 지역 일부 학생들이 13일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유기농 단지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학업평가 시험날 체험학습
참여학생 71명-교사 5명뿐
13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는 중고교생 20여 명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일제고사 폐지 전국 시민모임’ 관계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30여 분간 “일제고사 폐지하고 경쟁교육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인 뒤 문화평론가 진중권 씨의 강연을 듣기 위해 근처 공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이 폐지를 주장하는 일제고사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이날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다.
강연이 시작될 무렵, 남학생 6명이 뒤늦게 도착해 자리에 앉았다. 참가자 대부분이 사복 차림인 것과 다르게 교복을 입고 있었다. 경기 부천의 한 학교에서 왔다는 학생들은 어떻게 서울까지 오게 됐느냐는 물음에 “선생님이 가자고 해서 왔다”고 답했다. 해당 학교 교감에게 확인해보니 “전교조 소속인 한 교사가 반 아이들을 데리고 갔는데, 연가를 내준 것도 아니라 무단결근이다. 난감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체험학습 참가 학생 중에는 시험과 관계없이 결석한 학생들도 있었다. 현수막을 들고 있던 정모 군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 작년부터 일제고사 폐지 운동을 하고 있다”며 “학교는 결석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 일대로 체험학습을 떠난 30여 명의 초등학생 중에도 시험과 관계없는 1∼5학년이 포함돼 있었다. 당초 시민모임은 10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참여 학생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슷한 시간 서울 중구 창덕여중에서는 유행성 결막염으로 결석한 학생을 제외하고 3학년 전원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응시했다. “선생님, 고등학교 가는 거랑 상관없는 시험이죠”라고 묻는 학생도 있었고 “시험이 너무 많다”며 한숨을 쉬는 학생도 있었지만 웃고 떠드는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이 없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날 체험학습에는 학생 71명이 참가했고 등교 후 시험을 거부한 학생은 11명이었다. 체험학습에 참가하거나 참여를 유도하는 등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교과부 지침을 위반한 교사는 5명이었다. 지난해 188명이 시험을 거부한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82명을 제외한 전국 197만여 학생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렀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