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시애틀의 그레그 니켈스 시장은 “미국 내 1000개 도시의 시장들이 교토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시장들은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2012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기준으로 7% 감축하도록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애틀은 2005년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 비해 8%, 로스앤젤레스는 7% 줄였다. 미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미온적이라는 공격을 받아왔지만 주정부의 자발적인 감축만으로도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못지않게 온실가스를 줄였다.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받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는 2007년 한국의 CO₂ 배출량이 1990년에 비해 113% 증가했다고 밝혔다. 총배출량에서도 한국은 2006년에 이어 세계 9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많은 나라는 1위 중국, 2위 미국에 이어 러시아 인도 일본 독일 캐나다 영국 등이다.
▷경제성장으로 국내총생산(GDP)이 커지면 CO₂ 배출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CO₂ 배출량 세계 1위를 차지하고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가들의 배출 순위가 높아진 것도 경제성장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명목 GDP가 2003년 세계 11위였다가 인도 브라질 러시아 호주 등에 차례로 밀려 2007년에는 세계 15위로 떨어졌는데도 CO₂ 배출 순위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 CO₂ 배출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큰 탓이다.
▷올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는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논의한다. 한국은 머지않아 의무감축국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미국 중국 인도 등 핵심 국가의 정상들이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밝혔다. EU와 일본은 1990년 대비 각각 20%와 25%, 미국은 2005년 대비 17%의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도 2005년 대비 8% 증가, 동결, 4% 감축 등 3개안을 제시하고 있다. 2013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CO₂를 덜 내보내는 성장, 바로 녹색성장이 발등의 불이 됐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