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시도 소방본부 중 1위
“구조 뜻대로 안될땐 자책감
아쉬움 때문에 더 노력해요”
“올해 종합우승은 573.23점(600점 만점)을 얻은 경북소방본부!”
지난달 24일 충남 천안시 중앙소방학교 운동장. 제22회 전국소방왕 선발대회에서 소방방재청 평가단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자 경북소방본부 참석자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가 정예요원을 선발해 선보인 구조구급 활동 등을 평가한 이 대회에서 경북소방본부가 0.5점 차로 2위를 따돌리고 우승(대통령상)을 차지한 것이다. 경북은 1986년 종합우승을 차지한 이후 줄곧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성적은 14위였다.
경북은 이번 대회를 위해 전체 소방대원 2400여 명 가운데 우수 요원을 뽑아 1년 동안 ‘지옥훈련’을 했다. 덕분에 구급 분야 1위를 비롯해 화재진압 3위, 구조 분야 3위 등으로 3개 평가 분야에서 모두 1∼3위를 차지했다.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 서명갑 소방사(34)는 대회가 한창일 때 발목을 크게 다쳤지만 마취진통제를 맞고 끝까지 투혼을 발휘해 경북소방본부의 사기를 높였다.
최근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이번 대회를 빛낸 대원 9명의 1계급 특진식이 열렸다. 선수 대원들의 가족도 참석해 축하했다. 심폐소생술과 차량인명구조 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포항북부소방서 이유석 소방교(36)는 특전사 중사 출신. 6년째 근무하는 그는 “사회 안전을 지키는 사명감으로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지만 뜻대로 구조가 되지 않을 때면 ‘내가 잘못해서 인명을 구조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시달린다”며 “소중한 목숨을 살려내도록 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방교의 아내 황희진 소방교(36)도 포항남부소방서 구조대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구조구급 능력이 있으면서도 소방대원들은 더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김천소방서 119구조대장인 김대희 소방위(38)는 “15년 동안 구조구급 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살려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예상 못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적도 있다”며 “‘그때 이 방법을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노력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밝혔다. 상을 받은 대원들은 주민들도 안전 의식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사이렌이 울리면 길을 열어주고, 아파트 주차장의 ‘소방차 전용’ 자리에 주차를 삼가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경북소방본부는 넓은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올해 초 본부 내에 119종합상황실을 만들고 신고 시 자동 위치확인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농어촌 구급현장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경북형 소방차’를 개발했다. 한상대 경북소방본부장은 “화재나 구조구급 현장뿐 아니라 생활의 불편까지 119를 찾는 바람에 소방대원들의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경북 소방대원들이 최고의 기량을 연마해 도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