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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싸우는 한국의 미혼모들’ NY타임스

입력 | 2009-10-14 11:19:00


‘4년 전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최모씨(33)는 낙태를 생각했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로 들리는 아기의 희미한 심장박동 소리에 그럴 수가 없었다. 배가 불러오면서 작은 오빠한테 비밀을 털어놓았다. 오빠가 보인 반응은 한국의 미혼모들이 흔히 겪는 것이었다. 처음엔 낙태를 하라고 강요했고 아기를 낳은 후에는 입양기관에 보내도록 했다,’

한국에서 미혼모란 일종의 주홍글씨였다. 뿌리깊은 편견과 경제적 궁핍 속에 자신을 숨겼던 미혼모들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A섹션 6면에 크게 보도했다.

미용사인 최씨는 처음에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냈을 때 “마치 쓰레기처럼 아기를 버린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지구가 멈춘 것같은 고통에 시달린 그녀는 결국 닷새 뒤 아기를 돌려받았다.

여전히 한국은 매년 수천 명의 미혼모들이 낙태와 입양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 입양된 1250명의 한국 아기들 대부분은 미국 가정으로 보내졌다.

뉴욕타임스는 최씨를 비롯한 40여명의 미혼모들이 아이의 양육을 위한 미혼모단체 구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한국은 낮은 출산률로 정부가 고민하면서도 입양아를 수출하는 나라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미혼모들을 돕는 인물 중의 하나인 리처드 보아스 박사는 전직 안과의사로 1988년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 있다. 외국 태생의 아이들을 입양하는 가정을 돕던 그는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를 설립하여 미혼모권익옹호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한국의 미혼모들은 약 96%가 낙태를 선택하고 출산한 미혼모의 70%는 입양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국에 입양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 국내 입양 시 의료지원서비스를 확대하고 5월11일은 ‘입양의 날’로 지정했다.

또다른 미혼모 이모씨(33)는 “미혼모가 되면 사람들은 비도덕적이고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마치 범죄자라도 된 양 취급당하고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입양 시 아이당 매월 85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한국 정부는 미혼모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 저변의 편견과 불신은 지우지 못하고 있다.

일부 미혼모들은 불이익을 면하기 위해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한다. 월세를 얻지 못하거나 자녀들이 학교에서 놀림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25%만이 미혼모들을 직장 동료나 이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