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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10월의 마지막 밤은 캐슬린 배틀과 함께

입력 | 2009-10-15 02:58:00


9년만에 내한… 예술의 전당 공연
“천상의 목소리 - 기교 여전히 건재”

“캐슬린 배틀은 어디 갔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오페라 팬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질문이다. 잘나가던 소프라노가 전 세계 오페라극장의 출연진 명단에서 갑자기 사라지고 음반 활동마저 중단된 것이 이유였다. 의문의 주인공이었던 미국의 흑인 소프라노 캐슬린 배틀이 9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31일 오후 7시 반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배틀은 1994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출연 중에 일어난 사건으로 이후 무대에 서지 못했다. 사건이란 도니체티 ‘연대의 딸’을 준비하던 도중 함께 연습하던 성악가와 스태프가 ‘거만한 배틀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항의를 한 것이다. 배틀은 연습 도중 ‘성악 코치가 엉망이어서 계속할 수 없다’고 일어서거나, 자기가 노래 부를 때는 모두 나가 있으라고 요구하기는 예사라는 게 집단 항의의 이유였다.

극장 총감독 조지프 볼프는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를 들어 배틀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다른 오페라극장들도 그와의 계약을 기피했고, 음반 녹음도 끊어졌다. 1987년 카라얀 지휘의 빈 신년음악회에서 ‘봄의 소리 왈츠’를 노래하면서 세계 성악계의 깜짝 스타로 등장했던 그가 이렇게 위기를 맞았다.

그 뒤 15년. 배틀은 건재하다. 단, 오페라극장이나 음반이 아닌 개인 콘서트에서 그렇다. 한국에서도 사건 이후인 1995년, 2000년 콘서트를 열어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도 그 목소리가 가진 매력은 여전하다고 여러 해외 콘서트 리뷰가 전한다. 무대 뒤로 은은히 방사하는 따뜻한 질감을 지녔으면서도 공연장 끝자리에서 작은 뉘앙스 하나까지 또렷이 표현되는 독특한 목소리가 그의 매력이다. 콜로라투라(기악적 기교)의 아리아에서 보이는 조각칼로 깎은 듯한 기교도 말할 것 없다.

이번 공연에서는 헨델 ‘세르세’ 중 ‘나무 그늘 아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세레나데’, 토머스 커 ‘그레이트 데이’ 등을 피아노 반주로 노래한다. 2만∼25만 원. 02-548-0733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