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뮤지컬 출연자는 가수? 배우?
― 뮤지컬 출연자는 가수인가요, 배우인가요? (김예선·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A: 스토리 - 연기 중시해 ‘배우’로 불러
뮤지컬에 출연하는 사람은 ‘배우’로 부릅니다. 오페라에 출연하는 사람을 ‘성악가’ ‘가수’로 부르는 것과는 뚜렷하게 구별되지요. 이유가 뭘까요.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같은 음악극이라도 오페라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인 반면 뮤지컬은 ‘음악이 있는 이야기’라고 설명합니다. 오페라는 음악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에 가창력을 중시하지만 뮤지컬은 이야기에 방점을 찍기 때문에 연기를 더 중시한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오페라는 청각적 요소를 중시하는 반면 뮤지컬은 시각적 요소를 더 중시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오페라에선 뚱뚱하거나 나이 든 여가수가 어여쁜 공주 역을 맡는 일이 매일같이 일어나지만 뮤지컬에선 필수적으로 배역에 대한 대중의 환상과 부합하는 여배우를 요구합니다. 물론 최근 오페라에서도 시각적 요소가 강화되면서 러시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처럼 출중한 외모를 지닌 오페라 가수가 각광받는 것이 사실이지요.
오페라와 뮤지컬의 이런 차별성은 뮤지컬의 발전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뮤지컬은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했는데 이 국가들은 유럽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페라의 전통이 취약했습니다. 오페라보다는 마술 서커스 노래 춤 합창 만담 코미디 등을 ‘종합선물세트’ 식으로 안겨주는 버라이어티쇼가 융성했습니다. 버라이어티쇼에서 오페라는 아리아 중심으로 핵심 장면만 편집해 상연했는데 이때만 해도 가수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그러다 1880년을 전후해 다른 요소를 빼고 이야기와 노래 중심의 가족공연인 ‘보더빌’, 성인공연인 ‘벌레스크’가 성립하면서 가수보다는 배우가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반면 프랑스 뮤지컬에서 노래 중심의 가수와 춤 중심의 무용수가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오페라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뮤지컬 칼럼니스트 조용신 씨는 설명합니다.
영미권 뮤지컬 배우 중에서도 세라 브라이트먼처럼 노래로 특화한 경우가 있고 존 트래볼타처럼 춤으로 특화한 경우가 있긴 해도 대부분은 춤, 노래, 연기의 삼박자를 갖춘 배우로 분류됩니다. 그렇지만 ‘콘택트’나 ‘무빙아웃’처럼 노래나 대사가 없는 댄스뮤지컬에 출연하는 사람은 배우가 아닌 무용수로 분류합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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