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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카페]계파 갈등… 판정시비… 조정원의 WTF가 넘어야할 벽

입력 | 2009-10-15 02:58:00


그는 평소 산행을 즐긴다.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산을 탄다. 경희대 총장 시절엔 학생들보다 산을 잘 타 ‘나무꾼 총장님’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산을 타면 겸손해지고,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져 좋다”는 게 그의 설명. 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조정원 총재(62) 얘기다.

2005년 6월 김운용 전 총재가 낙마한 뒤 WTF 총재로 부임한 그를 두고 그동안 ‘빈 택시’에 무임승차했다는 말이 오갔다. 그러나 현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두면서 그의 입지는 탄탄해졌다. WTF의 한 관계자는 “이번 압승으로 그는 ‘WTF호’의 명실상부한 선장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총재 역시 “각종 개혁 프로그램이 이번에 인정받은 셈”이라며 “앞으로 태권도 세계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조정원호’ 앞엔 여전히 암초가 많다. WTF 내 깊어진 계파 갈등은 그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선수 출신의 한 태권도계 인사는 “국기원이 국내 파벌 싸움 양성소라면 WTF는 세계적인 계파 싸움이 이뤄지는 사각의 링”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이번 선거 기간엔 유례없이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갈등이 더 깊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총재는 선거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있을 인적 쇄신이 갈등의 촉매제가 되느냐, 조화의 뿌리가 되느냐 역시 그의 손에 달려 있다.

태권도가 올림픽 대표 종목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태권도는 최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잔류가 결정됐지만 2020년 대회에선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연이은 판정시비, 박진감 없는 경기 진행 등은 적신호다. 지난해에는 WTF 사무총장이 IOC 위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하다 IOC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도덕 불감증으로 망신당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조 총재는 당선 후 첫마디로 “선거 과정에서 생긴 잡음의 책임 소재를 따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반대 세력과도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는 얘기다. 그는 산을 타면서 ‘넓은 포용력’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산행 리더십이 WTF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