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 가을 잿빛 도시를 점령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의상은 기본. 검게 번진 눈가, 검은 음영의 입술이 무심한 듯 거리를 누빈다. 올 가을 블랙은 시크하다는 설명으론 부족하다. 세련된 분위기, 강렬한 파워, 펑키한 스타일 등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 올 블랙 스타일링
열쇳말은 ‘올 블랙(All Black)’이다. 한두 가지 블랙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이 아닌 온몸을 블랙으로 스타일링하는 것이 대세다. 최선애 하프클럽닷컴 스타일리스트는 “무채색의 블랙이지만 올 시즌에는 스터드(징) 장식이나 반짝이는 글로시 소재를 활용해 과감하게 변신할 수 있다”며 “일상에서는 부담스럽겠지만 클럽이나 파티 의상으로 연출하면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블랙 유행은 1980년대 펑키한 스타일과 쿨한 록 시크룩으로 표현된다. 펑키 스타일로 주목할 만한 아이템은 어깨를 강조한 ‘파워 숄더 재킷’이다. 입체 패턴과 장식으로 한껏 솟은 어깨선을 강조한 덕분에 가냘픈 여성도 여전사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나치게 좁거나 넓은 어깨의 단점도 보완된다. 무엇보다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크다. 재킷뿐만 아니라 티셔츠, 원피스, 블라우스 등 다양한 아이템에 활용돼 선택의 폭이 넓다.
화려함을 자랑하는 볼드(Bold) 액세서리는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올 블랙 의상에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반짝이는 보석이 달린 블랙 주얼리는 크면 클수록 스타일을 살려준다. 특히 비즈와 스팽글이 수놓아진 견장 장식은 어떤 상의에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어 파워 숄더 재킷 대용으로 활용도가 높다.
세련된 록 시크룩을 연출하려면 요즘 가요계를 주름잡는 ‘걸 그룹’의 의상을 눈여겨보면 된다. 이들의 공통 아이템은 찢어진 블랙 레깅스와 일부러 낡고 해진 느낌을 살린 디스트로이드 데님(Destroyed Denim). 가죽 바이크 재킷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번 가을에는 스터드와 메탈 장식이 더해져 더욱 과감해진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발목까지 오는 버클 부츠로 클럽 의상을 완성할 수 있다. 투박한 워커 스타일이나 터프한 느낌의 스트랩 장식이 올 블랙 의상을 돋보이게 한다.
○ 메이크업도 블랙
“완성되지 않은 소녀의 건방진 듯한 태도, 주변을 신경 쓰지 않은 자유로움을 강조했어요.” 색조브랜드 맥(MAC)은 ‘배드걸 스모키 메이크업’을 제안했다. 아이섀도에서 립스틱까지 기본 컬러가 모두 블랙이다. “과장되게 연출하면 더욱 세련된 느낌을 강조할 수 있죠.” 맥의 수석 아티스트 테리 바버의 조언이다.
하지만 블랙 일색이라면 부담스럽다. 블랙에 가까운 진한 퍼플, 브라운, 블루 등 다양한 색상을 활용하면 한결 분위기 있는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다.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는 블랙, 아이섀도는 다크한 그레이 또는 퍼플 색상을 추천해요. 그리고 눈매 라인을 크고 선명하게 강조했다면 입술은 피부와 가까운 컬러로 은은하게 발라주는 게 좋아요. ‘짙은 눈매 라인, 희미한 입술, 검게 마무리한 손톱’이 클럽 메이크업의 공식이죠.” 박성은 에뛰드 마케팅팀 과장의 말이다.
에뛰드가 제안하는 ‘딥 블랙 스모키 메이크업’ 연출법을 알아보자. 먼저, 아이섀도를 선택해 아이홀을 따라 펴 바르듯 눈매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 그 뒤 스모키 전용 아이라이너로 눈 앞머리에서 눈초리까지 빈틈없이 아이라인과 언더라인을 그려준다. 이때 눈초리는 길게 빼준다. 그리고 언더라인과 위쪽 눈초리가 만나는 삼각지 라인을 섀도와 라이너를 이용해 도톰하고 짙게 발라준다. 속눈썹은 최대한 세워주고, 마스카라를 여러 번 덧발라 풍성하게 표현한다.
립 메이크업은 입술 라인을 감추고 번진 듯 글로시한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모키한 눈을 강조하려면 입술 색은 여성스러운 컬러의 팥죽색이나 코랄색이 좋다. 발랄함을 강조하고 싶다면 핑크를 선택한다.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메이크업 마무리는 네일 컬러. 전체적인 블랙 룩에 극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색상은 아이 메이크업에 맞춰 블랙으로 통일하는 것이 기본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