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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영화에 감탄… 스필버그 연상”

입력 | 2009-10-16 02:55:00



타란티노 감독 ‘바스터즈’ 한국 개봉 앞두고 인터뷰
유대인 출신 미군 중위의 나치에 대한 복수 다뤄
“봉준호 감독은 관객이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연상시키죠. 특히 ‘살인의 추억’은 사회문제를 다뤘지만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어요.”
2년 만에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내놓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46)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 기자라고 했더니 그는 거침없는 ‘봉준호 감독 예찬론’을 펼쳤다. 최근 그는 ‘감독 데뷔 후 인상 깊게 본 영화 20편’을 선정해 발표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 봉 감독의 영화가 두 편 포함됐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도 들어갔다.
“컴퓨터그래픽(CG)을 싫어하지만 ‘괴물’은 달랐죠. 특히 초반 괴물이 물에서 나오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그해 본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장면이었어요.”
그가 ‘데쓰 프루프’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의 한 마을을 무대로 한 영화다. 유대인 출신 미군 레인 중위가 ‘바스터즈’라는 조직을 만들고 나치에게 복수한다는 줄거리다. 레인 중위역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한국에선 29일 개봉 예정.
“전작 ‘킬빌’에 비하면 피가 덜 나오는 것 같다”고 묻자 타란티노 감독은 “유독 한국 사람들이 피에 관심이 많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맞는 얘기입니다. 피 튀기는 복수보다 긴 대사가 빚어내는 서스펜스에 집중하려고 했죠.”
‘바스터즈…’는 타란티노 감독의 첫 전쟁영화다. 그는 “1930년대 갱스터 영화나 1970년대 이탈리아 범죄영화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역사적 사실에 구애받지 않고 히틀러와 괴벨스를 희화화해 응징한다. 그는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의도는 없었다. 만들고 싶은 장면들을 묶었더니 스토리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B급 영화의 큐레이터’로 불리는 그는 이 작품에서도 여러 장르를 버무렸다. 음악은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영화를, 나치가 프랑스 마을을 점령하는 대목은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에서 제작한 미국 서부영화)을, ‘바스터즈’가 극장을 습격하는 부분은 프랑스 로맨틱 스릴러 영화를 본받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영화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타란티노 감독 작품 중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둬들였다. ‘킬빌’ 외엔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그이지만 흥행 소감을 묻자 목소리가 한층 경쾌해졌다. “대중에게서 받는 인기? 기분 좋은 일인 건 틀림없잖아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