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서 연합훈련중인 美 항모 ‘조지워싱턴’ 동승기
축구장 3배 ‘떠다니는 요새’… 반경 1000km “손금 보듯”
“Here we go(자, 갑니다).”
이어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착륙한 기체가 활주로의 강철로프에 걸려 급정거하자 몸이 앞으로 튕겨나갈 듯했다. 잠시 뒤 수송기 출입문이 열리자 미 해군 관계자들이 달려와 “세계 최강의 항공모함 탑승을 환영한다”며 반갑게 맞았다.
미 해군 7함대 예하 제5항모강습단 소속 조지워싱턴(CVN-73)은 ‘거대한 해상요새’답게 방대한 규모로 낯선 방문객을 압도했다. 조지워싱턴은 미 해군이 보유한 10척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모 중 여섯 번째로 건조됐다. 1992년 취역한 뒤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전쟁에 투입됐고 지난해 미7함대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배치됐다.
조지워싱턴은 13일부터 일주일간 서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실시 중인 연합훈련의 현장을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이번 훈련에는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600t)이 대형 태극기를 내걸고 참여해 조지워싱턴을 근접 호위했다.
시뻘건 화염을 내뿜으며 최고출력으로 이륙한 함재기들은 편대를 지어 항모 주변 상공을 선회하면서 위용을 과시했다. 엄청난 소음과 기름 냄새, 열기로 가득한 갑판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고 방풍안경, 마스크를 쓴 승무원들이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미군 관계자는 “항모의 비행갑판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복잡한 곳으로 단 1초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지워싱턴을 포함해 이지스 순양함 3척과 구축함 7척, 핵잠수함, 보급함 등 10여 척으로 이뤄진 항모강습단은 웬만한 국가의 전체 군사력을 능가한다. 1개 항모강습단의 자산 규모는 한국군 1년 예산(약 28조5000억 원)과 맞먹는다.
갑판 관람을 끝낸 뒤 항모 내부의 미로 같은 좁은 복도와 철제계단을 한참 지나 심장부인 전투지휘센터(CDC)에 도착했다. CDC는 첨단 레이더장비와 지휘통제시스템이 집결된 항모의 핵심시설로 출입통제구역이지만 이날 동아일보에 내부를 전격 공개했다.
이곳에선 항모강습단의 작전반경(약 1000km) 내 육해공에서 수집된 모든 군사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해 즉각적인 대처를 지시한다. CDC 요원들은 대형 모니터 여러 대로 미 정찰위성과 조기경보기, 이지스 레이더 등이 포착한 한반도 주변 상공 및 해상의 모든 항공기와 선박의 종류, 이동 방향을 실시간으로 손금 보듯 추적하고 있었다.
서해 ‘조지워싱턴’ 함상=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