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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겐 따뜻하면서도 엄하게… 소개팅 잘 안들어와 걱정이네요”

입력 | 2009-10-17 02:30:00

‘군복 입은 나이팅게일’ 간호장교들의 일과 사랑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 내 작은 동산에서 간호장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서유미 중위, 이미정 중위, 권영훈 소령, 김관미 중위. 김 중위는 남자친구가 없는 ‘싱글’이다. 성남=홍진환 기자

국군간호사관학교는 16일 대전의 교내 백합강당에서 나이팅게일 선서식을 열었다. 2학년 간호생도들의 임상실습에 앞서 간호사로서 의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의 의식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한 뒤 간호장교로 임관해 군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앞으로 이들이 가야 할 간호장교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선배 간호장교 4명에게 들어봤다.

15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에서 만난 권영훈 소령(38·수도병원 정신과) 이미정 중위(26·수도병원 소화기내과) 김관미 중위(24·춘천병원 응급실) 서유미 중위(25·일동병원 병동)는 “간호장교를 잘하려면 부드러움과 강인함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장교는 무슨 일을 하나.

▽이미정 중위=군복 입은 나이팅게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간호장교는 자격증을 가진 간호 전문인인 동시에 군 병원에서 군인을 간호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권영훈 소령=오늘 아침에도 권총사격을 하고 왔다. 간호장교는 의무 참모라 권총사격을 한다.

―간호사이면서 동시에 군인이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양면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서유미 중위=여성성이 필요한 것은 병동에서 환자를 돌볼 때다. 하지만 환자를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환자이지만 군 복무 중인 장병이기 때문에 퇴원 후 복귀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이나 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성성과 남성성 두 가지가 별개는 아니다.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결혼이나 이성을 사귀는 데 간호장교라는 직업이 도움이 되나.

▽김관미 중위=소개팅이 잘 안 들어온다.(웃음) 그나마 소개팅이 들어오면 상대는 대부분 군인이다. 민간인 남성들의 공통된 첫 반응은 ‘군인같지 않으시네요’였다.

▽권 소령=시부모님이 처음엔 결혼에 반대했다. 아들도 군인인데, 며느리까지 군인이냐며 반대하신 것이다. 하지만 막상 대면을 하고 나니까 ‘군인 같지 않다. 의료인이 집안에 들어오니 좋다’면서 결혼을 승낙해 주셨다.

―여성으로서 군대 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서 중위=임신과 육아가 가장 어려운 점이다. 한 친구가 이틀 전 애를 낳았다. 그 친구가 만삭이 돼서 걷기조차 힘든데 전투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것을 봤을 때 안쓰러웠다.

▽권 소령=육아 문제가 제일 심각하다. 이사도 자주 다니니까.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게 제일 미안하다.

―말 안 듣는 환자를 다루는 노하우가 있다면….

▽이 중위=환자가 잘못할 경우 3번의 기회를 준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두 번째는 조목조목, 세 번째는 정색하고 경고를 하면 대부분 순한 양이 된다.

▽서 중위=신뢰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환자와 신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지적하면 결국 잘 따라준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권 소령=2002년 연평해전 당시 부상해 이송된 이희완 중위가 기억에 남는다. 두 발목을 모두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전우들을 먼저 돌봐달라고 했다. 몇 년 후 전우마라톤 대회에서 의족을 착용하고 출전한 이 중위를 다시 봤을 때 울컥했다.

성남=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간호장교 되려면…
사관학교-장교시험 두갈래… 장군 4명 배출
현재 국군에는 간호장교 같은 여군이 5560여 명이 있다. 군 전체의 3%를 차지한다. 육군이 399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공군 970명, 해군 600명 순이다. 여군의 수는 2005년부터 조금씩 늘고 있다. 2005년 군 전체의 2.4%였던 여군은 2006년에는 2.6%, 2007년에는 2.7%, 지난해에는 2.8%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여성 장군은 4명에 불과하다. 양승숙 전 준장이 ‘여성장군 1호’로 발탁돼 국군간호사관학교장을 지냈다. 양 전 준장의 뒤를 이어 이재순, 윤종필 전 준장이 학교장으로 재임했고, 현재 박순화 준장이 2007년 12월부터 학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모두 간호장교 출신이다.

간호장교가 되려면 두 가지 길이 있다. 첫째, 간호사관학교에 입학해 4년간 교육을 받은 뒤 소위로 임관하는 방법이다. 간호사관학교는 여성만 입학이 가능하다. 둘째, 4년제 일반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별도의 간호장교 시험에 합격해 15주 동안 훈련을 받은 뒤 임관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남자도 간호장교가 될 수 있다. 현재 남자 간호장교는 모두 32명이다.

성남=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