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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愛人敬天’ 도전 40년

입력 | 2009-10-17 02:30:00

〈35〉면세점 진출
인천공항 건설때 쇼핑수요 확신
글로벌 이미지 필요 ‘AK’ 첫 사용
이젠 ‘애경’서 ‘AK’로 제2도약




인천국제공항 AK면세점. 애경유지의 옛 영등포공장 자리에 1993년 애경백화점을 세워 유통업에 진출한 지 15년 만에 유통부문은 애경그룹 전체 매출의 45%(2008년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해외여행 제한이 1989년부터 풀리면서 한국과 외국을 오가는 수요와 항공노선이 크게 늘었다. 김포공항만으론 급증하는 항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1992년 인천국제공항 건설 공사에 들어갔다. 나와 큰아들 채형석 사장(현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인천공항공사 계획서에 따르면 연간 3000만 명의 승객과 270만 t의 화물이 오갈 것으로 예상했다. 쇼핑 수요가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정하고 당시 시내에서 면세점 사업권을 갖고 있던 SKM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 사업자 입찰에 참여했다. 2000년 7월 주류와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DF04 면세사업권을 경합을 벌여 획득했고, 2000년 8월 DP&F㈜(현 AK글로벌) AK면세점을 설립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2001년 1월 20일 애경·SKM 컨소시엄이 DP&F에 운영사업권을 양도하면서 단독으로 면세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이 2001년 3월 개항하면서 AK면세점과 롯데면세점, DFS면세점, 관광공사면세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 AK면세점이 입점하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AK면세점을 통해 한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에게도 애경그룹을 알리는 상징성이 적지 않았다. 매출도 뒷받침돼서 △2002년 1300억 원 △2003년 1400억 원 △2004년 1600억 원 △2005년 1800억 원 △2006년 2200억 원 등 지속적으로 늘었다.

AK면세점 인천국제공항점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매출이 오르면서 2005년 12월 김포공항에도 면세점을 열었다. 김포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 국제선을 넘겨준 뒤 국내선 항공기만 드나들고 있었다. 일본 중국 등 가까운 나라에 오갈 때는 인천까지 갈 필요 없이 김포에서 출발해도 되지 않겠냐는 여론이 일어 2003년 김포공항과 일본 하네다(羽田) 공항 노선이 개설됐다. 게다가 2007년 10월 김포공항과 중국 상하이 훙차오(虹橋) 공항, 일본 하네다 공항을 연결하는 삼각셔틀 노선을 여는 계획도 잡혀 있었다. 김포공항 유일의 면세점인 AK면세점 김포공항점은 애경 계열사인 제주항공이 11월 27일 일본 오사카(大阪)에 취항하고 내년 3월 말 나고야(名古屋)에 취항할 계획이어서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도 예상된다. 이미 제주항공 국제선에서는 기내에서 AK면세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제자리를 잡자 애경그룹은 AK플라자와 AK면세점을 통해 처음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시도했다. 2007년 2월 단일 점포로는 매출 기준 전국 10위 안에 드는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분당점)를, 2007년 7월에는 코엑스에 위치한 SKM면세점(현 AK면세점 코엑스점)을 인수했다. 삼성플라자를 인수할 당시 함께 인수한 삼성몰(현 AK몰)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에도 진출했다.

애경그룹 유통부문은 화학부문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16년 동안 양과 질이 크게 성장해 백화점 면세점 온라인쇼핑몰을 모두 포함한 2008년 매출은 1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 매출의 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애경그룹 20여 개 계열사 대부분이 ‘애경’이라는 기업이미지(CI)를 사용해 왔으나 면세점이 개점하면서 처음 ‘AK’를 썼다. 국제공항 면세점의 성격상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가 필요했다. 최근까지 내 주변 사람조차 AK면세점이 애경 계열사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 브랜드 통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따라 유통부문의 브랜드이미지(BI)를 ‘AK’로 통합했다. 올해 들어 애경백화점 4개점이 모두 ‘AK플라자’로 바뀌었고 삼성몰도 AK몰로 바뀌었다. 일부 부동산개발 계열사와 화학부문 계열사도 ‘AK’로 상호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애경’이라는 본사 이름만큼은 쉽게 바꾸고 싶지 않다.

애경그룹 유통부문은 둘째 아들(채동석 현 애경그룹 유통 및 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이 담당하고, AK플라자는 2010년대에 3개점을 추가로 내서 수도권에 총 7개의 백화점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가 ‘애경백화점’이라는 씨앗을 뿌린 뒤 큰아들과 둘째 아들이 이를 가꿔 커다란 나무로 키워 가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고 듬직할 따름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