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상실한 현대 젊은이들방황과 우울 압축적으로 묘사
스물일곱의 기타리스트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고 있다. 손으로는 기타를 치고 있지만, 머릿속은 각종 상념과 고뇌로 가득 차 있다. 노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누구는 화장실에 가고, 누구는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심지어 공연 중인데도 서슴없이 일어나 자기들끼리 인사하고 집에 가버리기도 한다.
그나마 맨 앞줄에 앉아 관람 중인 소설가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무대를 노려보고 있고, 무대를 빌려준 연습실 주인 대진 형은 김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세 번째 곡이 끝났을 때, 기타리스트는 마이크 앞에 서서 말한다. “대진이 형, 그만 좀 먹어요.” 기타리스트는 슬프다. 이곳엔 열광이 없다. 이것이 록인가.
록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상경한 지 10년이 다 되어 깨달은 것은 프로밴드에 입성하기엔 보통 수준의 그저 그런 기타연주자에 불과하고, 인디밴드에 들어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사실뿐. 결국 학원가가 아니면 갈 곳 없는 그는 아마추어 밴드 ‘무지’(영국의 록 밴드 ‘뮤즈’에서 영감을 받은 이름이다!) 멤버들과 학원 연습실에서 공연하며 기약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각종 오디션을 전전하며 겪는 숫한 굴욕들이 갈 곳 없는 청춘의 비애를 고조시키지만, 소설은 이런 현실까지도 결국 웃음으로 처리해 낸다. 작가는 백수 캐릭터가 주는 갈등과 유머를 세세히 묘사함으로써 비주류 인생들이 부대끼는 사회상을 에둘러서 보여준다.
표제작인 ‘게으름을 죽여라’는 스물여섯이 되도록 딱히 하는 일이 없는 주인공이 가족들의 강압으로 ‘게으름치료센터’에 입원하게 된 이야기다.
“그들은 게으르고 싶어서 게으른 게 아니었다. 뭘 하고 싶은지를 몰라서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어서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