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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싹트는 교실]서울 용산공고 운영 ‘용공모터스’

입력 | 2009-10-17 02:30:00

운동장 한쪽에 車정비업소
“기술과 경영 함께 배워요”

교장이 대표… 졸업생이 정비사
손님 줄이어 작년 1억여원 매출




서울 용산공고 안에 있는 용공모터스에서 이선구 교사(왼쪽에서 두 번째)가 학생들에게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학교는 최신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최근 교육용 하이브리드차를 구입했다. 남윤서 기자

서울 용산공고 운동장 한쪽에는 자동차정비업소 ‘용공모터스’가 있다. 2006년 창립한 학교기업 용공모터스의 현 대표는 명재수 용산공고 교장. 명 교장은 “용공모터스 대표라고 쓴 명함을 내밀 때마다 ‘학교에서 이런 것도 하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립된 학교기업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는 용공모터스는 정비사 3명에 학생지도와 경영을 겸임하는 교사 3명이 꾸려가고 있다. 운영부터 홍보까지 교사들이 맡아 하다 보니 출발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매출액은 급증했다. 2006년 1008만 원에서 2008년 1억874만 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억6000만 원이다. 용공모터스를 단골로 찾는다는 한 손님은 “학교기업이라 부품을 믿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실습시간이 되자 자동차과 학생들이 용공모터스로 몰려왔다. 용공모터스 총괄책임자이기도 한 이선구 교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내부 구조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다. 일부 학생은 엔진을 분해하고 있었다. 용공모터스 정비사가 학생들의 질문에 답해주는 모습도 보였다. 차량정비는 운전자의 안전이 달려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문 정비사의 정비과정을 매일 실제로 볼 수 있고 연습용 차량으로 실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학년 김현욱 군(18)은 “학교에서 직접 실습해보면서 정비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책으로만 봤다면 이 일의 재미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정비사는 모두 용산공고 졸업생이다. 용산공고 출신인 이민철 반장(37)은 유명 정비공장에서 일하다 모교의 요청으로 창립 때부터 합류했다. 그는 “모교에 도움이 돼 기쁘다”며 “후배들에게 잘 가르쳐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입사한 장강선 씨(19)는 용산공고 2학년생일 때부터 ‘용공모터스에서 일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일하면서 실력도 키우고 돈도 모으는 데다 야간대학도 다니고 있어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정비공장에 스카우트돼 곧 후배에게 자리를 내줄 예정이다.

용공모터스는 내년부터 교과부 지원 없이 자립하면서 종합정비공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달 말 신축건물이 완공되면 판금, 도장시설까지 완비한 2개층 2400m² 규모의 정비공장이 들어선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