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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5만4000명 가둔 생지옥, 北정치범 수용소

입력 | 2009-10-17 02:30:00


정부는 어제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함남 요덕을 비롯한 6곳에 정치범 15만4000여 명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도 진작 파악하고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북한이 국제적인 비난여론을 의식해 수용소 4곳을 폐쇄하고 수용인원을 감축했다는 것이 이 정도다. 북한 수용소의 실태는 차라리 눈과 귀를 가리고 싶을 만큼 참담하다. 요덕 수용소를 제외한 나머지 5곳은 살아서는 나갈 수 없는 종신 수용소다. ‘정치범’들은 주로 권력투쟁 과정에서 밀려난 고위층이나 반체제인사, 탈북했다 잡힌 사람들이다. 김정일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는 이유로 잡혀온 일반 주민도 상당수다. 재판은커녕 변명할 기회도 없이 끌려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수감자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강제노동에 시달린다. 급식량은 네 살배기 아이에게 주는 배급량의 절반이어서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한다. 탈출을 시도한 수감자들이 가족이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되고, 여성들은 수시로 강간당한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원회는 3년간 북한인권 연구팀을 운영하고도 2006년 “북한 주민의 인권은 조사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의견 제출을 거부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2006년 탈북자 정성산 씨가 제작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공연을 방해했다.

북한 김정일 집단이 대를 이어 유지하는 것은 이런 정치범 수용소를 이용한 강압 공포정치의 위력 때문이다. 수용소에는 15만여 명을 가두고 있지만 사실상 2300만 북한 주민이 거대한 생지옥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련에서 레닌과 스탈린 시절 운영했던 강제노동수용소는 100만 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김정일 치하의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이 죽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인구 비례로 보면 북한 정치범 수용소는 소련의 강제수용소를 능가한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소설 ‘수용소 군도’에서 ‘우리는 우리 조국과 우리 자식들 앞에 모든 죄인을 찾아내서 그들 모두를 재판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썼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기록하고 증언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북의 생지옥 수용소를 해체하는 것은 민족의 책무이자 인류의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