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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성폭행범 ‘관리 부실’이 낳은 참혹한 희생

입력 | 2009-10-17 02:30:00


동거녀와 의붓딸, 동거녀의 조카 등 3명을 성폭행하고 살인한 40대에게 법원이 15일 사형을 선고했다. 범인은 친딸과 동거녀의 또 다른 조카딸까지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했다. 평생 흉악한 범죄를 되풀이해 갱생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이는 인간이 교도소를 반복해 들락거리도록 방치한 우리의 사법체계에도 책임이 있다.

범인 A 씨는 1985년 특수절도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기간인 1987년 길 가던 16세 여학생을 성폭행해 강간치상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1989년 가석방됐다. 2년 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이 자신을 푸대접했다는 이유로 15세 된 딸을 납치해 성폭행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나 만기출소를 앞두고 다시 가석방으로 교도소 문을 나섰다. 그리고 친딸 의붓딸 가리지 않고 성폭행하고 사람을 세 명씩이나 죽이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가석방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됐으면 짐승 같은 인간이 형기를 다 마치기도 전에 출소할 수 있었는가. 가석방을 한 뒤에 사후관리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가석방률은 89.3%에 이른다. 이 가운데 17.5%는 살인, 강도, 성폭력이었다. 범행을 반성하며 모범적 수형생활을 하는 사람에겐 갱생의 기회가 부여돼야 하겠지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반인륜 흉악범이나 재범 비율이 높은 성폭행범은 가석방 금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가석방자의 재범률이 높아지자 1990년대에 가석방위원회의 재량에 의한 가석방을 금지했다. 16개 주정부는 가석방 제도를 아예 없애버렸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그제 법무연수원 강연에서 조두순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법을 잘못 적용해 경찰보다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말했다. 13세 미만에 대한 강간상해는 형량이 높은 성폭력범죄특별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검사가 일반형법을 적용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성폭력특별법은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과 강제추행은 가중처벌하고 비(非)친고죄로 다룬다. 경찰은 법전을 찾아가며 성폭력범죄특별법을 적용했는데 검사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형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검찰이 아동 상대의 성범죄를 이렇게 가볍게 다루고, 법원은 ‘초범이다’ ‘술을 마셨다’는 이유를 들어 관대한 판결을 내리고, 법무부는 가석방을 남발하다 보니 끔찍한 성폭행 범죄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