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7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기아측의 응원모습. 광주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저희의 기다림이 얼마나 길었습니까?”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17일 광주구장. 이미 분위기부터 KIA가 압도했다. 쉴 새 없이 울려 퍼지는 “타! 이! 거! 즈!”의 함성과 노란 물결은 KIA의 12년 기다림의 한을 의미했다.
3루 쪽 스탠드에서 만난 김민진(25․대학원생) 씨. 연인과 함께 있던 그곳에는 공교롭게도 SK 응원단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적진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투지가 불타오른다나. 김 씨는 “너무 오래 기다렸다. 홈 2연전에서 한 번만 이겨도 우승하리라 믿고 있는데, 2경기를 싹쓸이했다. 올 시즌에는 너무 느낌이 좋다”며 노란 막대풍선을 힘껏 두드렸다.
해태 시절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최선규(31․회사원) 씨도 “타이거즈가 해태에서 KIA로 이름을 바꾼 뒤 아직 한 번도 우승을 못했다. SK에 비해 우린 막강 투수진이 있어 승리를 낙관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광주구장에서 드러난 KIA 응원의 특징은 ‘단결’과 ‘단합’이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선수단 각자에 듬뿍 사랑을 보냈다. “야호~. 나는, OOO이 좋아!”란 외침으로 타선에 긍정의 기를 불어넣고, 투구 하나하나에 열광하며 갈채를 보냈다. 1루 쪽 스탠드 모서리의 거대한 호랑이 모양 풍선도 주요 상황 때마다 일어서며 KIA의 승리를 간절히 기원했다.
‘끈기’도 이들의 또 다른 키워드. 9회까지 3시간 20분에 달한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같은 톤, 같은 목소리로 “KIA"를 외쳤다. 내내 동일한 함성을 내뱉는 KIA의 기에 눌린 200여 SK 응원단은 전날(16일)에 이어 이틀 연속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장외 분위기도 비슷했다.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한 열성팬들은 가욋돈을 주고 암표를 구입했다. 오후 2시 ‘플레이 볼’ 직전에는 1만5000원짜리 비지정석 입장권이 4~5만 원대로 치솟을 정도. 이마저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팬들은 발걸음을 돌리는 대신, 구장 주변을 맴돌며 ‘혹시나’ 요행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즐기며 구장 안에서 들려오는 함성에 자신을 맡겼다.
‘윤석민, 영원히 함께 하고파’란 애교 섞인 응원 문구를 준비하고도 입장하지 못한 한 여고생은 “용돈을 받기 때문에 암표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분위기라도 함께 느끼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광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