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기아타이거즈 대 SK와이번스 경기가 17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인터뷰를 마친 기아 조범현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KIA 조범현 감독= 타율 꼴찌팀 같이 야구하고 있네요. 게임하면서 좋아질 것 같습니다. 페넌트레이스 1위의 힘도 선발진 힘이 있었기 때문에. 선발진에 대한 기대는 갖고 시작했어요, (유동훈이 9회 실점했다고 하자) 그래도 세이브 했는데요 뭐. (웃음) 9회에 (홈런) 맞은 건 실투에요. (정)상호가 잘 친 것 같아요. 양현종은 불펜에 둘 생각이고요. 우리가 왼쪽투수가 없다보니까 상황 봐서 유동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도 등판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습니다. 볼 배합은 전력 분석 팀, 배터리 코치랑 협의해서 미리 준비를 하는데 게임 중간 중간 타자들의 모습을 보고 제가 직접 포인트를 잡아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KIA의 야구가 세련미가 더해졌다고 하자) 세련되게 보입니까? 시리즈 대비해서 3주간의 훈련을 할 때 누상에서의 집중력 등 기본적인 것에 치중을 했어요. 3차전 계획은 앞선 2경기를 잘 살펴봐서 컨디션을 체크한 뒤에 세우겠습니다. (2승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고요.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6회 나지완 타석 때 대타를 생각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늘은 (나)지완이를 한번 끝까지 믿어보려고 했습니다. 본인에게도 큰 경험이고. 사실 최근에 (컨디션이) 좋았는데…. 날 속인 것 같아. 웃음. (인터뷰실을 나가며 다시 한번) 타율 꼴찌팀 같은 야구를 했네. (웃음)
●SK 김성근 감독=(물 한 모금을 가볍게 마신 뒤) (‘어제부터 경기가 꼬인다’고 질문하자 신경질 적으로) 기분이 나쁜데…. 송은범이 예상보다 잘 던져줘서 크로스하게 갔는데 결정타가 안 나와서 경기를 아쉽게 놓친 셈이야. 9회 박재홍 타석에서는 대타를 낼만한 감이 없었어. 아쉬웠던 것은 (4회 2사 1루) 최희섭 타석 때 (1루주자 김원섭의 도루를 대비해) 볼을 하나 높게 던졌거든. 그것 때문에 볼카운트가 불리해져서 김원섭이 (런앤히트가 걸리며 최희섭의 2루타 때 홈까지) 들어올 수 있었어. 그 볼 하나가 오늘의 승부를 가른 것 같아. 윤길현은 허리가 안 좋아서 등판을 못했고. 감이 안 좋은 타자 앞에 계속 기회가 오네. 게임의 운이라고 봐요. 1승1패로 생각하고 왔는데 2패를 했으니…. 올라가서 새 정비하고 해야죠. 이대로는 물러날 수 없으니까.
●KIA 윤석민=2연승해서 기분 좋네요. 게임 감각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는데 1․2회 고전하고 그 다음에 잘 돼서 기분 좋고요. 초반에 변화구를 많이 던진 이유는 직구 볼 끝이 없어서…. 그러다가 직구가 살아났고요. (최대 위기 상황을 묻자, 웃으며) 3번 정도 왔는데 수비도 잘 도와주고 김상훈 선배님 볼 배합도 너무 좋았어요. 어제도 SK 타자들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많이 당했고, SK가 2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하나 뺄 거라는 생각을 해서 공격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 타자들이 초반에 안타를 못 쳤지만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니까 큰 부담은 없었어요. 어차피 팀 승리가 중요한 거니까. 아무래도 WBC나 큰 경기가 도움이 됐어요. 이제 더 큰 경기를 해도 침착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시즌막판) 어깨가 안 좋아서 시리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거의 100% 정도예요. 3~4일 쉬면 또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KIA 최희섭=시즌과 비교해서 상대 투수들이 볼 스피드나 이런 부분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에요. 1차전에서는 제가 포볼로 나가고 뒤에서 쳐줘서 이겼는데. 이종범 선배가 뒤에서 쳐 주니까 2차전에서는 승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타격훈련 할 때부터 스윙을 짧게 하면서…. 오늘도 큰 것 치기 보단 중요한 순간 주자들 불러 모을 생각만 했어요. 어제 경기가 아주 중요했다고 봐요. 타격감이 안 좋은 상황에서 볼넷 얻어서…. 3, 4차전에서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밀어 치면 더 좋은 타구가 나오네요. 잡아당기면 2루 땅볼이나 이런 게 나오는데….
8회 정근우 타구 호수비는 그냥 (제가) 날더라고요.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순간 사뿐했어요. 메이저리그에서는 4~5만 관중이 매일 오잖아요. 그 때도 좋은 집중력으로 한거 같아요. 뭐 실책 하나해서 지면 TV에 계속 나오거든요. 하지만 오늘은 또 그거랑 또 달라요. 팬들도 기대가 많고 (KIA의 한국시리즈도) 12년 만이고, 미국에서도 포스트시즌 뛰었지만 더 어려워요. 우리가 이기자는 마음이 지금 강한 것 같아요. SK보다 KIA 선수들이 더 게임에 집중하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승운이 따르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