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열기가 뜨겁다. 592만명의 페넌트레이스 관중 동원에 이어 포스트시즌의 열기는 뜨거운 차원을 넘어 폭발성까지 느끼게 한다. 금년 프로야구는 초유의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초유의 일이나 사건들 속에는 미소 짓게 하는 일도 있고, 미간을 찡그리게 하는 일과 쓴웃음을 짓게 하는 일도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저럴까 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있다.
첫 미소는 최다 관중과 매진 사례의 구단 신기록 속에 프로야구 입장수입 총액이 330억원을 넘는 것이었다. KIA는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챔피언을 노리면서 KIA 팬들을 미소 짓게 했고, SK는 두산에 2연패한 뒤 기적 같은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SK팬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KIA에 김상현이 있다면 SK엔 박정권이 있어 그동안 스타 대접을 받지 못했던 두 스타의 맹활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가 나오게 만들었다. 고난을 이겨낸 값진 승리란 점에서 스포츠 스타가 주는 미소의 메시지는 그 의미가 크다.
그런 미소가 있는가 하면 한국시리즈에 발 맞춰 그동안 여론의 질타 속에 고심하고 있던 프로구단 연고지의 지자체들이 연이어 야구장 건설 계획에 대한 검토 등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야구팬들의 반응은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와 ‘또 선심성 내지 선거용 발표가 아닌가’ 하면서 양치기 소년을 떠올리는 팬들로 나뉘어져 있다.
한국시리즈란 프로야구의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터져 나온 계획들이 이번에는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공약에 대해 지역민들의 신뢰를 잃은 지자체장들에 대한 불신감을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제 길어야 일주일 후면 국내 프로야구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동면기로 접어든다. 그러면서 야구장 인프라 문제도 슬그머니 관심 밖으로 밀려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그런 전철을 또 밟지 않기 위해서일까. 오죽했으면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프로야구 붐, 그 사랑과 배신이란 글을 언론에 기고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발생했다. 어느 총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공개적 호소는 야구계의 절박함을 드러낸 단적인 예로 안타까운 일이다. 팬과 국민을 위해 올바른 투자를 촉구하는 야구계와 팬들의 열망을 더 이상 정부, 지자체들은 외면해선 안 된다.
국가 예산의 체육투자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운데 우리 청소년들은 체구만 커졌지 체력은 급격히 저하되고 있고, 적은 체육 예산에서도 편중된 투자와 선거를 의식한 지자체의 편성 등으로 인해 야구장 건설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초유의 기록과 사건이 만발했던 야구계에 대전, 대구, 광주의 현실성 있고 실현가능한 희소식을 기대해 본다. 야구계가 초유의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도록….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 생활로 야구와 함께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