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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대 아파트 사는 중산층이 희망근로?

입력 | 2009-10-19 03:00:00

차상위계층은 18.5%뿐… 경기부양 예산 관리 소홀
예산낭비신고센터 통한 절감액 5363억 → 5억 급감




서울 강남권에 사는 50대 주부는 8월부터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내의 이동인구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시가 5억80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전형적인 중산층. 구청에서 재산 기준을 엄격하게 따지지 않다 보니 재산이 1억3500만 원 이하인 사람을 우선 선발하게 돼 있는 이 사업에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일은 안 한 채 출퇴근시간에 이름만 쓰고 돈을 받는 사람도 있다”며 “지방선거가 내년이다 보니 구청에서도 자격 등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선심 쓰듯 돈을 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빚을 내 막대한 재정 자금을 풀었다. 하지만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작 일선의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예산 10% 절감 흐지부지…중산층 용돈벌이로 전락한 희망근로

‘정부 예산 10% 절감’은 이명박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에 따르면 외교통상부, 국방부, 환경부,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4977억9200만 원을 절감했다고 밝혔지만 그중 72%인 3595억8000만 원을 같은 사업에 다시 사용해 놓고 절감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했다.

정부가 올해 시작한 각종 경기부양 사업도 예산 감시가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에 따르면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 희망근로 프로젝트 참여자 중 당초 주요 대상으로 삼았던 차상위계층의 비율은 18.5%에 불과했다. 차상위계층은 월 가구소득이 최저생계비(4인 가구 기준 월 132만6609원)의 100∼120%인 사람들이다. 또 재산 1억3500만 원 이하인 가구를 우선 지원하도록 돼 있지만 지자체 담당자 중 58.8%는 재산 3억 원 이상인 신청자를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연구원 조사에서 답변했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빚을 내 시작한 공공근로 사업이 ‘중산층의 용돈벌이’로 전락하면서 정책효과가 반감된 것이다.

○ 예산낭비센터 운영비 줄어 제 역할 못해

국민의 예산 감시를 유도하는 체계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실적’에 따르면 전국 300곳의 예산낭비신고센터를 통해 절감한 예산은 2007년 5363억2000만 원에서 지난해에는 4억8200만 원으로 급감했다. 신고 접수건수도 2006년 2184건에서 지난해에는 1714건으로 22% 감소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753건에 불과하다.

센터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운영비가 삭감됐기 때문. 예산낭비신고센터는 지난해 25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정부의 예산 절감 방침에 따라 22억 원이 줄어 실제 사용한 예산은 3억 원에 그쳤다. 정작 예산 낭비를 감시할 예산을 줄여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웹사이트(www.recovery.gov)를 통해 경기부양자금의 사용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언제든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비상경제 관리 체제를 구축하면서 재정건전성, 투명성, 국민 참여 등의 절차를 도외시한 면이 있다”며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협조를 얻어야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