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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남해안시대]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로 거듭나다

입력 | 2009-10-20 03:00:00

대형 선박 접안… 충분한 수심… 오일허브항 최적지
1만2000명 고용창출 + 9조 원 이상 경제파급 효과




《울산항이 ‘동북아 오일허브(Oil-hub)항’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 오일허브는 세계 석유소비시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 석유 저장시설을 갖추고, 석유의 생산·공급·저장·중개 등을 수행하는 석유물류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미국 텍사스 주 걸프연안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및 로테르담, 싱가포르 등이 세계 3대 오일허브다.》○ 울산이 최적지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울산항에 내년부터 2020년까지 총 2조400여억 원(국비 6415억 원, 민자 1조3985억 원)을 투입해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7월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최종보고서’에서 울산에 오일허브 사업을 할 경우 경제성이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 데 따른 것이다. 또 한국석유공사가 올해 초 울산을 비롯해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시 대산면, 경남 거제시 등 4곳을 대상으로 동북아 오일허브 입지 여건을 조사한 결과 울산이 최적지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울산항 남항과 북항 일원 57만9000m²(약 17만5000평)에 총 2951만 배럴 규모의 원유 및 석유제품 저장시설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해운경제물류연구센터장인 히라람비데스 교수는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은 동북아 중심과 중국에 인접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그 가운데 울산은 대형 정유사가 있고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수심을 갖추고 있어 오일허브로 성공할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 경제효과 9조 원 이상

지경부와 한국석유공사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에 의뢰한 결과 울산항의 오일허브 구축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6조345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7111억 원 등 총 9조56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울산 일원에 총 1만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석유 비축저장산업과 수송산업, 물류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물론 풍부한 석유 인프라를 바탕으로 울산이 동북아 석유공급 중심도시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 석유 관련 현물 및 선물거래소가 들어서고 거대 자금이 유통돼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산업 활성화도 기대된다. 울산항만공사 이채익 사장은 “울산항에 동북아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경제적인 파급효과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석유안보 강화와 석유수급 안정화, 국가 브랜드 가치 향상 등 수많은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지원 “필수”


그러나 오일허브 구축사업에 정부의 예산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달 ‘사업시행을 위한 기본시설 구축’ 등을 위해 내년 예산 98억 원을 지원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으나 정부는 ‘기본설계 용역비’ 명목으로 10억 원만 배정했다. 정부가 당초 방침과는 달리 오일허브 구축사업을 전액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생기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박맹우 울산시장은 최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오일허브사업을 전액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투자 유인 효과 부족으로 사업 장기화가 우려된다”며 “국가가 기본적인 SOC 건설비 6415억 원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국가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울산항의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은 국가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국비 지원을 적극 검토 하겠다”고 밝혀 울산항의 오일허브 구축사업은 내년부터 본격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