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임기 내달 23일 끝나이사회 후보추천 절차 돌입“대안없다” “직원76% 불신임”연임-낙마론 팽팽히 맞서
KBS이사회는 23일 회의를 열어 사장 공모 절차를 정하고 26일부터 2주간 공모를 받은 뒤 다음 달 20일경 사장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기 사장의 향배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이 사장의 연임 여부로 꼽힌다. 이 사장이 연임을 하기 위해선 사표를 내고 공모에 참가해야 한다. 이 사장이 연임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뛰는 인사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해 765억 원의 적자를 올해 대규모 흑자로 반전시킨 것이 지속적 경영합리화의 산물임을 강조하며 연임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있다. 이 사장 측은 현재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도 흑자를 내지 않았다면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KBS 사장을 대통령에게 임명추천하는 KBS이사회. 26일부터 2주간 공모 절차를 거친 뒤 다음 달 20일경 추천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 KBS
대안부재론도 연임설의 또다른 배경이다. 이 사장 재임 중 큰 잘못이 없고 KBS 출신 인사 가운데서 사장감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사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혼란을 빚는 것보다 현 체제를 유지해 KBS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논리다.
▽낙마설=KBS 노조는 5∼9일 이 사장의 신임 여부와 이유 등을 묻는 사내 여론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는 직원 82%가 참여해 역대 최고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그중 76% 이상이 불신임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 결과를 이사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노조 내에서 그동안 이 사장 연임에 대해 찬반론이 엇갈렸으나 조사 결과처럼 연임 불가 쪽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2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방침을 세운다.
사내에서 이 사장의 입지가 최근 좁아졌다는 얘기들도 흘러나온다. 이 사장은 9월 초 부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본부장 전원의 사표를 받은 뒤 기술직 출신 신임 부사장에 대한 임명동의를 이사회에 제출했으나 이사회가 “임기가 두 달 남은 사장이 대규모 인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결시켜 타격을 입었다.
최근 ‘스타골든벨’의 MC였던 김제동 씨의 교체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일 수도 있지만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 부담스럽다. 내부에서도 굳이 안 해도 될 일을 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회사 흑자와 관련해서도 무리한 긴축의 결과이며 디지털 전환 비용 투자를 유보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KBS 전직 간부는 “제작비 절감도 좋지만 공영방송이 해야 할 프로그램 예산도 삭감하면 ‘도자기’ ‘차마고도’ 같은 프로그램 등이 나오기 힘들다”며 “경영합리화도 공영방송으로서 적절성을 따져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