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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열쇠’도 박근혜 입에?

입력 | 2009-10-20 03:00:00


한나라 대표시절 국회 처리
민주 “朴 태도 밝혀야” 압박
昌 “필사즉생 자세로 대응”

세종시 계획 변경을 위한 청와대와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이 다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입’에 모아지고 있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박 전 대표가 이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수정 여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원안 추진을 주장해온 박 전 대표에게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압박하고 나섰고,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왜 갑자기 박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느냐”고 반발했다.

○ 민주당 ‘이박제청’ 노리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표가 세종시 원안 수정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힐 시점”이라고 압박했다. 박 전 대표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여당이던 옛 열린우리당에 행정도시 건설 방안을 합의해 줬던 만큼 세종시 논란에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행정도시건설법안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해 국회에서 처리했다. 박 전 대표는 본회의 표결엔 기권한 것으로 돼 있다. 찬성 버튼을 눌렀으나 표결이 종료돼 그렇게 됐다고 한다.

민주당이 박 전 대표를 세종시 논쟁에 끌어들이려는 배경엔 여권 내 원안 수정파와 원안 고수파의 갈등을 부채질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일종의 ‘이박제청(以朴制靑·박 전 대표를 통해 청와대를 견제한다)’ 전술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 친박계의 선택은?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지금 무슨 태도를 밝히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여권 핵심부가 세종시 원안에 대해 공식적인 대안을 내놓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 지도부도 아닌 박 전 대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박 전 대표 측은 그동안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며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해 왔다. 친박계는 “행정도시 방안은 개인 박근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합의해 준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의원은 여권 핵심부에 대해 “굳이 원안 변경을 하려면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과 충청권부터 설득해야 한다”며 “대안의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여론몰이부터 하는 ‘소용돌이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일부 수도권 친박 의원들은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과 충청권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놓는다면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정부가 내놓을 대안과 여론의 반응을 지켜보고 다음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안상수 “충청도민에게 달려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9일 “모든 것은 충청도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회 기관장 회의에서 “세종시 문제는 국회의 ‘3대 현안’ 중 하나로 정파를 초월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부가 충청권을 속이고 우롱한다면 우리는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자세로 저항과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