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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차 유발 요인 확인… 해법 찾을 때

입력 | 2009-10-20 03:00:00


■ 성적분석 의미와 과제
정부 ‘눈가리고 아웅’ 공개에
국회-언론 알권리 확보 나서
서열화 극복 기초자료 돼야

동아일보는 15일과 19,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와 등급을 분석해 지역별, 학교별 성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성적을 꾸준히 올린 곳은 어디인지, 반대로 곤두박질한 곳은 어디인지, 최상위권 학생들은 어디에 분포하는지 등을 다각도로 짚었다.

수능 성적은 1994학년도 도입 이후 15년간 ‘깜깜이’로 일관했다. 올 들어 공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교육 당국은 4월 ‘전문가 세미나’ 형식으로 5년 치 수능 성적을 공개했다. 하지만 전체 9등급을 세 덩어리로 쪼개 40%나 되는 1∼4등급을 ‘우수’라고 밝혔다. 학교별 정보는 여전히 비공개 성역이었고, 232개 시군구의 성적은 상위 20곳만 나왔다.

공개의 취지인 ‘학력 격차 확인 및 대책 마련’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수능 성적을 더 정교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7명은 수능 성적 원자료를 받아 자체 분석하거나 언론에 전달했으나 교육관련기관정보공개특별법을 위반했다는 비난이 나왔다. 언론의 수능 성적 공개에 대해서도 서열화나 낙인찍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정법 위반과 서열화 논란에도 동아일보가 수능 성적을 분석해 공개한 이유는 명료하다. 수능 성적이 두루뭉술하게 공개돼 아전인수격 해석이 가능한 틀린 정보가 떠돌아 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정보 공개가 본래의 취지대로 ‘교육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 분석을 통해 단순히 서열만 제기됐던 ‘학교 유형에 따른 효과’ ‘평준화와 비평준화에 따른 차이’가 확인된 것은 큰 성과다. ‘특수목적고의 성적이 높다’는 식의 단편적인 분석이 아니라 일반고가 자율학교로 바뀐 이후의 전환 효과,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한 고교의 성적 상승도, 특목고 간의 학력격차 등이 상세히 나타났다. 평준화 여부에 따른 편차도 분석됐다. 평준화 도입을 기점으로 학력이 떨어진 학교, 평준화의 대안으로 떠오른 학교를 향한 우수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확인됐다.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사실도 나왔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 고교 3학년 수험생과 재수생의 최상위권 분포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지금까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와 교육 당국의 수능 성적 공개에서는 공립보다 사립, 남녀공학보다 단성(單性)학교의 학력이 더 좋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본보의 분석 결과 △사립 성적이 좋은 것은 특목고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점 △최상위권의 경우 특목고 변수로 인해 남녀공학 재학생의 성적이 더 높다는 사실 등이 밝혀졌다. 심층적인 후속 연구가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수능 성적 공개가 실체도 없는 서열화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서열이 만들어진 지역과 학교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서열을 덮어두면 뒤떨어진 학교는 계속 추락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실태도 모른 채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다.

이번 공개를 계기로 교육 당국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단순한 서열화나 낙인찍기가 아니라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성적이 나쁜 학교는 손가락질이 아니라 맞춤형 지원을 받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성적 등락에 따른 변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정보를 내놓아야 한다. 학교 효과인지, 입학생 효과인지, 사교육 효과인지 등 원인이 분석돼야 정보 공개의 의의가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