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도로 위에 갑자기 동물이 뛰어들면 깜짝 놀라게 된다. 속도를 줄이지 못해 '로드킬'이나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 인근 도로에서 지난 8월 중순 경 벌어진 동물 소동은 운전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듯하다. 빽빽이 늘어선 차량들 사이로 암사자 한 마리가 거대한 몸집의 물소를 잡아먹기 위해 공격하면서 혈투가 벌어진 것이다.
TV 동물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을 맞닥뜨린 운전자들은 차량을 멈추고 생태계의 약육강식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한 목격자가 이 생생한 장면을 사진 공유사이트 플리커에 게재해 인터넷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19일 보도했다.
잠시 후 사자가 물소의 등 위로 올라타 급습한 뒤 물어뜯기 시작했다. 물소는 고통스럽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지만 다리를 굽히진 않았다.
운전자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 물소가 사자를 떨쳐내더니 갑자기 차량이 서 있는 도로 위로 뛰어든 것이다. 사자도 먹잇감을 놓칠세라 곧바로 뒤따라왔다. 두 야수가 혈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물소가 여러 차례 자동차 범퍼에 부딪히기도 했다.
근처에 있던 운전자들은 눈앞에서 벌어진 생태계의 생생한 약육강식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두려움도 잊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채 사진을 촬영했다.
플리커에 사진을 올린 목격자는 도로 옆 풀숲에 수사자 두 마리가 숨어서 암사자의 혈투를 지긋이 지켜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암컷이 사냥을 하고 수컷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잡아온 먹이를 먼저 먹는다는 사자의 습성이 드러난 것이다.
사자는 도로 위에서도 물소를 꿇어앉히기 위해 뒷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등 두 차례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사력을 다한 물소의 저항에 부딪혀 암사자의 사냥은 결국 실패했다. 물소는 차량들 사이로 사라졌으며 사자는 그 뒷모습을 씁쓸하게 쳐다보다 풀숲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