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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장관들, 서울에 따로 집무실… 왜?

입력 | 2009-10-22 03:00:00

■ 부처 대부분 별도 운영
청와대 회의 - 국회 참석 등
서울서 일할 때가 더 많아
산하기관 등에 비공식 마련
대전 관세-통계청도 ‘두집 업무’




 장관사무실로 쓰이는 은행장실정부과천청사 등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정부 부처들은 대부분 서울에 별도의 ‘장관사무실’을 두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9층에 있는 은행장실은 시중 은행장들을 위한 공간이지만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무차 서울에 머물 때에는 재정부 장관의 서울 사무실로 쓰인다. 원대연 기자

정부과천청사 등 서울 이외의 지역에 소재한 정부 부처의 대부분이 서울에 별도의 ‘장관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무실은 정부의 자산 목록에도 잡히지 않는다. 부처 예산이 아닌 산하기관에서 무료로 제공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아 어쩔 수 없이 별도 기관장 방을 두고 있다는 게 이들 부처의 설명이다.

○ 과천 장관의 서울 집무실

동아일보는 21일 각 부처의 기관장 사무실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기획재정부는 서울 중구 명동은행연합회 건물 9층 은행장실을 장관의 서울사무실로 쓰고 있다. 장관은 물론 차관이나 실·국장들도 업무를 보거나 쉬었다 가곤 한다.

지식경제부는 △종로구 적선동 한국생산성본부 △중구 충무로 서울중앙우체국(포스트타워) △강남구 역삼동 한국기술센터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전력 남서울본부 등 4곳에 장관 사무실이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생산성본부 사무실은 주로 청와대나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회의가 있을 때 이용하고, 여의도 사무실은 국회가 열릴 때 회의 자료 준비나 대기실로 쓴다”며 “정부조직 개편 때 옛 정보통신부 기능을 옮겨오면서 포스트타워 21층에도 사무실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국토해양부는 여의도 대한주택보증 건물 11층의 50m²가량(약 15평)을 쓰고 있다. 국회 업무차 서울에 올 때 사용하며 차관 이하 직원들도 이용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여의도 잠사회관 8층에 접견실 형태로 공간을 마련해 뒀으며, 종로에 있는 농민신문사 건물에도 사무실이 있다. 노동부는 별도의 사무실은 없고 필요할 경우 중구 서울지방노동청(한화 장교빌딩)의 작은 방을 이용한다. 환경부는 별도 사무실이 없다.

부처들의 서울 사무실엔 ‘회의실’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사무실 관리 전담 인력이 있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해당 기관의 비서실에서 잔일을 처리해준다. 임대료는 내지 않는다. 한 경제부처 직원은 “관례로 보면 된다. 해당 기관에서 반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산하기관들은 “부처에서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 인근 사무실의 3.3m²(1평)당 월 임대료는 5만 원 안팎이다. 66m²(20평)면 한 달에 100만 원, 연간으로는 1200만 원이 든다. 강남 테헤란로와 서울 도심은 3.3m²당 7만5000원 선이다.

○ “과천청사 문턱 못 밟는 날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여의도 국회까지는 18km, 청와대까지는 26.5km다. 그럼에도 장관들이 서울에 사무실을 두는 이유는 과천보다 서울에서 일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전직 차관 출신인 A 씨는 “하루 종일 과천청사 문턱을 못 밟는 날도 많다. 아침에 당정협의차 여의도에 들렀다가 오후엔 국회 상임위에 출석하고, 저녁엔 관계부처 회의를 하거나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식이다”라고 전했다. 일정 중간에 잠시 쉬거나, 직원들과 회의라도 하려면 서울 사무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산 심사가 있는 기간이면 관련 직원들도 모두 서울로 올라와 장관 사무실에서 결재를 받기도 한다.

세종시로 중앙부처가 옮겨가면 서울 사무소 운영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대전청사에 있는 관세청장은 강남구 논현동의 서울본부세관에 별도의 청장 집무실을 두고 있다. 관세청 직원들은 중앙언론사를 상대로 브리핑을 할 때마다 대전과 서울을 오가느라 하루를 다 보내기 일쑤다. 중소기업청도 서초구 서초동 한국벤처투자 소유 빌딩에 고정 사무실이 있다.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 본부가 있는 육해공군의 참모총장들도 서울에 집무실을 두고 최소 1주일에 한 번은 들른다고 한다. 지경부의 한 고위 간부는 “서울에서 지근거리인 과천에 청사가 있어도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는데 세종시로 이전하면 ‘청사 직원’과 ‘서울 직원’을 따로 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세종시, 盧정부서 비롯됐다고 해서
우파-보수가 백지화 요구해선 안돼” ▼
이회창 총재 밝혀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1일 여권의 세종시 계획 수정 움직임과 관련해 “우파와 보수는 당연히 (세종시) 백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5역회의에서 “세종시의 발단이 노무현 정권의 수도 이전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의 세종시는 노무현식 수도 이전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것이 좌파적 사고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전날 90여 명의 원로들이 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 백지화를 주장하는 성명을 낸 데 대해 “기업이 행정부처와 격리돼 있으면 국가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논리는 아날로그식 사고”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예를 들어 “뉴욕의 대기업과 워싱턴의 연방행정부처가 떨어져 있어 미국의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느냐”고 반문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세종시 상업-산업용지 비중 3%
경기 분당 신도시의 절반도 안돼” ▼
한나라 임동규의원 분석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예정지의 토지이용 계획으로는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갖추기 힘들어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21일 한나라당 임동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729만8000m²(2209만 평)의 도시용지 중 자족기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상업·업무용지 비중은 전체의 2.0%, 산업용지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원·녹지용지의 비중은 52.9%, 주택용지는 21%였다.

세종시의 상업·업무 및 산업용지 비중은 분당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8.3%보다도 훨씬 낮다. 분당은 올해 9월 현재 인구 45만 명으로 2030년까지 인구 50만 명을 목표로 하는 세종시와 비슷한 규모다. 임 의원은 “서울의 인구 분산을 목표로 건설된 분당보다도 자족기능 관련 용지 비중이 낮으며 전체 토지의 절반 이상이 공원과 녹지로, 5분의 1이 주택용지로 구성된 것을 보면 세종시가 처음부터 주거 중심의 베드타운으로 구상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시 토지이용 계획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기본 골격이 만들어졌다.

이런 지적에 건설청 측은 “시설용지에 포함돼 있는 교육시설(4.0%), 중앙행정기관(0.6%), 공공청사업무(0.6%) 용지 등도 자족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자족기능 용지 비중은 6∼7% 안팎”이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자족기능 용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산업용지를 늘리기 위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줄일 순 없고 결국 주택용지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임 의원은 “현행 계획에 자족기능만 추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며 “세종시 구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