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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패션]서울, 더이상 ‘패션의 변방’이 아니다

입력 | 2009-10-23 03:00:00

세계의 트렌드 확인한 서울패션위크




서울패션위크(S/S 2010)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와 삼성동 베일리하우스에서 8일간의 일정으로 16일 막을 올렸다. 덕분에 바람이 제법 매섭던 지난 한 주, 서울은 내년 봄과 여름을 기다리는 때이른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 43명이 꾸민 이번 서울컬렉션의 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특히 ‘제2의 마크 제이콥스’로 불리며 뉴욕컬렉션에서 돌풍을 일으킨 필립 림, 파리컬렉션의 신예로 떠오른 다미르 도마, 런던컬렉션의 기대주 리처드 니콜 등 세계적인 젊은 디자이너 3인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의 패션쇼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패션 피플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서울패션위크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또 국내외 패션계의 유명 인사들이 연사로 참여한 ‘글로벌 패션포럼’에서는 미래 패션 산업의 거대한 변화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뿐만 아니라 20여 개국에서 해외 바이어들이 대거 참석해 쇼 이상의 비즈니스의 장으로 거듭났다. 서울패션페어에는 의류, 가방, 신발, 액세서리 등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내 69개 업체가 해외 바이어들과 구체적인 상담을 진행했다.

서울패션위크 오프닝의 주인공은 필립 림이었다. 스타급 디자이너로 떠오른 필립 림은 16일 SETEC에서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 따끈따끈한 컬렉션을 런웨이에 올렸다. 한 달 전 뉴욕컬렉션에서 비평가들의 찬사를 모았던 의상에 서울컬렉션만을 위한 의상까지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필립 림은 더블 버튼의 셔츠재킷과 허리 부분을 접어내린 롤다운 웨이스트 밴드 팬츠 한 벌을 선명한 립스틱 레드 컬러로 선보이며 쇼를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단품들도 세련된 요조숙녀 스타일로 요약되는 필립 림 라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등판을 시원하게 오픈하고, 리본 매듭으로 여성스럽게 마무리한 상의 등 심플하면서도 여성적인 디테일이 두드러졌다.

가죽을 덧댄 원피스나 펜슬 스커트에 가죽 블루종(잠바 스타일의 짧은 상의)을 매치해 모던하면서도 파워풀한 느낌을 강조했다. 섬세한 아코디언 플리츠 테크닉으로 입체적인 실루엣을 완성한 파티 드레스도 눈길을 모았다. 앞뒤를 다른 소재로 덧대거나 조가비 모양의 주름으로 장식적인 요소를 더하는 등 콜라주(질이 다른 소재를 덧대어 붙이는 구성) 기법이 발휘됐다. “입체파(큐비즘) 피카소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인 크로아티아 출신 디자이너 다미르 도마는 자연주의가 물씬 풍기는 남성복을 선보였다. 곡선 재단으로 입체적인 볼륨을 연출한 재킷과 바지에 글래디에이터 샌들을 신은 모델이 등장하며 쇼의 시작을 알렸고, 이어 몸에 붙지 않는 여유로운 실루엣의 이지웨어가 선을 보였다. 디자이너는 얇고 가벼운 소재를 주로 사용하며 소재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율동감을 표현했다. 허리 라인을 강조한 슬림 핏의 테일러드 재킷, 한복 바지를 연상시키는 여유로운 핏의 드로스트링 팬츠, 곡선미를 부각한 가벼운 스프링코트 등 모던한 ‘젠(ZEN)’ 감성이 두드러지는 컬렉션이었다.

휴양지 거닐듯… 소년의 감성으로…

○ 다양한 시선의 남성복 또 이번 서울컬렉션의 특징으로는 수준 높은 남성복의 향연을 꼽을 수 있다. 디자이너들은 정형화된 이미지의 남성을 그려내기보다는 휴양지에서 인생을 즐기는 남성의 여유로운 이미지를 슈트에 담았다. 여기에 플라워 프린트, 태슬과 보 장식, 강렬한 레드 컬러, 속이 훤히 비치는 소재와 광택 있는 소재를 활용해 로맨틱한 감성을 드러냈다.

남성복 컬렉션의 첫 시작은 ‘엠비오’의 디자이너 한상혁이 맡았다. ‘타투(문신)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전개된 그의 런웨이는 휴양지에서의 재충전을 모티브로 영국풍 의상을 리조트룩으로 재해석해 꾸몄다. 마치 문신을 한 것처럼 보이는 이너웨어에 슈트를 매치해 마초 감성을 접목한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앤디앤뎁’으로 뉴욕에서 활동이 활발한 김석원도 처음으로 남성복 라인을 선보였다. 추상표현주의의 대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재해석해 미니멀한 슈트를 내놓았다. 국내 남성 패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견 디자이너 송지오와 장광효는 최근 트렌드인 이지웨어에 초점을 맞췄다. ‘송지오 옴므’는 정교하고 세련된 라인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다양한 이지웨어로 여성미가 가미된 섬세한 남성미를 표현했다. 장광효의 ‘카루소’ 컬렉션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서정적 분위기와 소년의 감수성이 강조됐다. 천연 소재와 파스텔 컬러로 화사함이 돋보였다. 이 밖에 디자이너 이현찬은 대형 벤츠트럭을 배경으로 자유롭고 남성적인 캐주얼 의상을 제안했고, 차세대 유망주 고태용은 ‘보통 사람들’을 테마로 위트 있는 런웨이를 꾸며 남성복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제시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